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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시그니처 신사업을 찾아라
미래 이끌어갈 새 먹거리로 삼성전자는 AI 분야 낙점
현대차, 자율주행차에 집중 LG는 전장…한화는 태양광
젊은 경영 마인드 바탕으로 정상궤도 올리는 특명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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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경영 마인드 바탕으로 정상궤도 올리는 특명 맡아
이건희, 정몽구, 구본무의 공통점은 아버지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본인들 세대에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다는 것이다. 전대 경영인들이 고도성장기에 기업을 반석에 올려놓는 데 주력했다면 이들은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로 만든 공로가 있다. 특히 경영여건이 대내외적으로 압박을 받는 시기에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히 신사업에 도전해 결국 성공시킨 뚝심의 경영자들이기도 하다. 최근 재계의 중심이 3~4세 경영인으로 넘어가면서 이 같은 전례를 물려받아 '시그니처 신사업'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3년 사이 4차 산업혁명이 산업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3~4세 경영인이 중심이 돼 향후 그룹을 책임질 수 있는 미래먹거리 발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위기 속에 태어난 대표사업
삼성의 반도체, 현대의 승용차, LG의 가전은 현재 각 기업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지금이야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는 품목들이지만 시작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 1974년 동양방송에 몸담고 있던 당시 이건희 이사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선진국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을 하자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모두 말렸다.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 나라에서 반도체가 되겠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10년 뒤 이병철 회장도 반도체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집중키로 했고, 오늘날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탄생했다.
정몽구 회장도 위기의 순간에 발상을 전환해 오늘의 현대·기아차를 만들었다. 정 회장은 1998년에 7조원 넘는 부채를 탕감받는 조건으로 기아차를 떠안았다. 기아차를 가져오면 현대차까지 동반부실로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지만 정 회장의 과감한 결정은 1년 만에 기아차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에서 파격적 마케팅을 펼쳐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2011년에는 일본 지진을 기회로 미국에 공급을 늘리자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정 회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공장을 증설하는 카드를 빼들었다.
LG그룹의 간판사업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통신 등은 얼마 전 타계한 구본무 회장의 뚝심이 만들어냈다. 1998년 LG LCD를 설립하고, 외환위기 때 16억달러를 유치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밀어붙이면서 지금의 LG디스플레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1996년에는 2차전지를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LG화학에 이 사업을 맡겼다. 여기서 만든 전기차용 2차전지는 현재 세계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에 공급된다.
■미래의 문 열어라
이건희 회장의 공석을 이재용 부회장이 메우고 있는 삼성은 전자를 중심으로 신사업 찾기에 돌입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70%가 반도체에 집중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전장사업(차량용 전자장치)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리서치 산하에 AI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캐나다 토론토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잇달아 연구소를 열면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업체가 주도하는 AI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3월에는 하만을 인수하면서 경쟁사인 LG전자가 먼저 시작한 전장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올 들어 지난 1·4분기에만 연구개발비로 4조3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 한 해 16조원 넘는 돈을 신사업 발굴을 위한 개발비로 쏟아부을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등 미래의 자동차기술 확보를 주도하면서 해외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그룹 경영의 전면에 등장한 구광모 LG전자 상무도 신사업 추진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고 구본무 회장이 일찌감치 신사업으로 낙점한 전장사업을 궤도에 올려놓는 게 첫번째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오래전부터 태양광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이 태양광패널에 수입제한조치까지 하고 보호에 나서자 김 전무는 현지에 태양광 모듈공장을 건설,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4세 경영인들에게 아버지 세대가 남긴 업적은 큰 짐이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일 것"이라며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가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재계의 젊은 후계자들은 자신을 대표하는 신사업 발굴이 어느 때보다 절실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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