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서초포럼

[여의나루] 역사의 거울로 바라본 한반도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7 17:02

수정 2018.06.07 17:02

[여의나루] 역사의 거울로 바라본 한반도

2018년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반도와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역동적인 변화를 향후 20년, 30년이 지난 뒤 되돌아본다면 후대에서 어떤 역사적 평가를 할 것인지 상상해본다.

아마도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가 아닐까 추정된다.

첫째는 희망적 시나리오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북한 김정은 정권의 개혁개방 원년이다. 둘째는 시작 단계의 거창한 명분과 달리 실적은 미미한 용두사미의 역사적 사건의 하나이다. 셋째는 부정적 시나리오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선의를 가장한 악의에 이용 당해서 우리 국민에게 돌아오는 실질적 혜택은 없고 국민이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강대국이나 북한과의 협상에서 도약하는 역사의 전기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역사적으로 개별 국가는 생명체와 같이 '탄생, 번영, 쇠퇴, 해체'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아널드 토인비는 역사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개별국가 단위'로 역사를 분석하지 않고 지리적·공간적인 '문명 단위'로 분석해 '역사의 연구'라는 명저를 집필했다. 인류역사상 탄생한 21개 문명 중에서 중국 황하문명은 원시사회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선행문명'으로 분류했고, 극동지역 한국·일본의 문화는 황하문명의 '자식문명'으로 평가하고 있다. 토인비는 일본의 근현대 역사를 두 가지 측면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침략의 시기에 스스로 선제적 개혁개방을 통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서구의 지배를 받지 않고 번영을 지속한 국가이다.

서구 문명의 종교적·문화적 전파수단인 가톨릭교·기독교 문화에 흡수되지 않고 고유의 종교와 정신적 문명을 보존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근세 100여년 역사는 '문명의 화석' 같은 정체시기를 거치면서 국가의 해체, 급기야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온 국민이 처절한 고통을 겪었다.

토인비에 의하면 문명의 탄생은 외부의 가혹한 '환경적 도전과 역경'에 대한 내부의 창조적인 응전에서 탄생한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안이한 환경' 여건에서 문명은 탄생하지 않는다.

해방 후 우리나라가 국민생산량 기준 세계 14위권으로 도약하고, 적대관계인 북한의 30배 이상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성장한 것은 북한의 안보위협과 대내외 어려운 역경을 국가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국민의 단결력으로 응전을 잘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역사상 문명의 탄생 숫자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미개사회'가 사라졌다고 한다.

북한은 아직도 후진사회 체제를 유지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전제군주와 같은 세습통치체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법치국가 거부, 글로벌 세계와의 개방과 소통을 통제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민주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인 신뢰의 신(信) 자는 사람 인(人)과 말씀 언(言)의 합성어이다. 신(信)이라는 뜻은 '사람이 한 말을 지킨다'는 의미다. 향후 예상되는 미국과 북한의 협상 이행 과정에서 과거의 북한 정권과 달리 신뢰와 믿음으로 행동할지는 가까운 시기에 알게 될 것이다.


미·북 회담의 장소로 예상되던 곳 중 하나가 싱가포르의 샹그릴라호텔이다. '샹그릴라'는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향(理想鄕)을 의미한다.
1930년대 영국 제임스 힐던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따온 명칭이다. 현실세계에 이상향(샹그릴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고, 차분하게 한반도의 비핵화와 번영의 역사를 만들자.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