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법원장들도 ‘재판거래 의혹‘ 신중론..김명수의 깊어지는 고심(종합)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7 17:58

수정 2018.06.07 17:58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 의혹 관련자에 대한 형사상 조치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의견을 수렴키로 한 가운데 사법부 내 원로격인 전국 법원장들이 검찰 고발보다는 법원 차원의 신중한 해결을 주문했다. 검찰 수사 반대를 표명한 바 있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 것이다. 하지만 각급 법원의 젊은 소장파 판사들을 주축으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단 여론도 만만찮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 여부를 놓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형국이다.

■법원장들 “사법부의 고발·수사의뢰는 부적절"
7일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법원장들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지만, 형사조치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법원장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특별조사단의 결론을 존중하며,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리적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방안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도 지난 5일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부의 자체 형사고발에 부정적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반면 의정부지법을 비롯해 서울중앙지법, 서울가정법원, 서울남부지법 단독판사와 배석판사들은 최근 각각 판사회의를 열고 철저한 조사와 함께 필요하다면 검찰수사도 받아야 한다며 김 대법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단독·배석판사들은 대부분 판사경력이 15년 이내다. 이처럼 고참 법관들과 젊은 판사들 간 의견이 충돌하면서 사법부 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장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과 함께 법원 내 주요 자문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오는 11일 의결 결과를 최종적으로 참고해 이르면 다음 주 중대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

■법리적 결론 뒤집은 김명수, 내홍 심화로…
법조계에선 이번 사태가 사법부 내홍으로까지 확산되며 더 큰 사법불신으로 이어진 데에는 김 대법원장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한몫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당초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1년 2개월간 3차례나 조사를 벌인 결과, “형사 처벌할 사안은 아니”라는 특별조사단의 최종 결론을 김 대법원장이 "고발도 검토하겠다"며 번복한 것이 내부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부 자체 조사결과 법리적으로 실정법 위반의 문제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을 최고 수장이 바로 부정하면서 수사도 하기 전에 법원이 유죄 심증을 드러내고 만 꼴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사 및 재판으로 이어진들 공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여론 재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법부 스스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공안 검사를 앞세워 현직 판사 3명을 구속하려 했던 1971년 1차 사법파동에 대한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당시 사법파동은 공안사건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정권 차원에서 제거하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사태와 다소 결은 다르지만 행정부인 검찰이 나서 사법권을 침해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검찰의 부담은 적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각종 고발 건이 접수됐지만 선뜻 수사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사법권 침해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라며 “다만 현직 대법원장의 수사의뢰는 이런 부담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어 수사 착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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