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회원사에 맡긴 경총 부회장 거취


"지금 이 타이밍에 재택근무라뇨.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경제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두고 말이 많다. 논란의 중심은 이제 막 선임 두 달을 조금 넘긴 송영중 경총 상근부회장이다.

송 부회장은 지난주 내내 경총에 출근하지 않았다. 자택에서 전화나 메신저로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했다는 것. 이른바 '셀프 재택근무'다. 최근 최저임금법 사태와 관련해 송 부회장이 경총 내부, 회원사와 갈등을 빚어 입지가 좁아지자 모습을 감췄다고 했다.

재택근무는 상근직인 경총 부회장의 직위와 안 어울린다. 대한상공회의소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다른 경제단체와 마찬가지로 경총도 비상근직인 회장과 달리 내부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부회장을 상근직으로 못 박았다. '출근해서 일하라'는 단어를 직함 앞에 달아 상징성을 부여했다. 경제단체 부회장은 조직 안에서 직원을 통제하고 움직인다. 임직원과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고 생활해 사실상 경제단체의 실세가 상근부회장이란 사실은 다들 안다. 송 부회장의 재택근무는 태업 시위나 다름없는 것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그는 재택근무 1주일 만인 11일부터 다시 출근했다. 하지만 감자는 식지 않았다. 송 부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자 경총은 내부 분란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짧은 입장 자료를 냈다. 경총은 '경총 업무는 회장(손경식 CJ 회장)이 직접 지휘·관장하고 있어 경총은 현재 차질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이 하이라이트였다. 경총은 세 문단으로 된 자료 말미에 '송 부회장의 거취는 회원사와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알았다. 2년 임기인 송 부회장의 거취를 선임 두 달 만에 논의한다고 대외에 알린 것 자체가 이미 퇴임을 결정한 상황이라고. 굳이 대응하지 않아도 될 이슈에 자료까지 낸 건 절차의 정당성과 차기 상근부회장 후보를 물색하기 위해 업계에 보내는 시그널, 정지 작업, 혹은 여론 파악을 위해서라고.

송 부회장의 선임 과정부터 '낙하산' '코드인사'라는 논란이 있었다. 경영계의 입이 돼야 하는 경총이 친노동계 인사를 데려왔다는 불만이다. 이런 본인의 배경 탓에 이 역시도 송 부회장은 쉽게 예상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재택근무라는 악수를 둬 재계에서 '속 좁은 인물'을 자처한 것은 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 의도든 아니든 그는 일을 키웠고, 내홍은 드러났다. '감자'는 송 부회장의 손에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