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SK 카셰어링 사업 동반자 ‘그랩’ 싱가포르 본사, 교통난 뚫은 ‘차량공유’ 글로벌 투자 탄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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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현지화 전략 선택.. 차량공유 세계 3위 등극
SK, 그랩 투자 지분통해 동남아 모빌리티시장 진출

탄 후이 링 그랩 공동창업자가 지난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그랩 본사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회사의 현황과 향후 전략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싱가포르=최갑천 기자】지난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미드뷰시티 신밍지구에 위치한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업체 그랩(Grab)의 드라이빙센터. 이날 드라이빙센터는 그랩에 등록을 신청하려는 운전기사들과 상담원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에서 만난 그랩 운전사 네빌 데릭 어거스틴씨(44)는 "우버에서 일하다 2년 전에 그랩으로 옮겼는데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며 "그랩의 운전사 복리후생 프로그램이나 유류 할인정책 등이 우버보다 나아 수입이 더 늘어났다"고 전했다.

또다른 그랩 기사 루앙 치경씨(63)는 "원래 컴포트델그로(싱가포르 최대 택시회사) 소속이었는데 지난해 그랩으로 이동했다"며 "그랩 고객이 크게 늘면서 예약이 증가해 전 직장보다 적은 시간을 일하고도 비슷한 수입을 올릴 수 있어 피아노를 배울 정도로 삶이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랩은 출범 6년 만에 동남아 8개국, 217개 도시로 사업을 확대하며 단기간에 글로벌 차량공유서비스시장 3위 기업으로 급성장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차량공유 중심의 모빌리티 사업을 차세대 전략 분야로 키우려는 SK㈜가 올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우버 무너뜨린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업체

그랩은 2012년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동기인 앤서니 탄과 후이링 탄이 공동 창업한 차량공유서비스업체다.

그랩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출범 당시 시장을 장악했던 우버의 동남아 사업권을 지난 3월 인수해 큰 화제가 됐다. 그랩 택시를 시작으로 자가용, 오토바이, 자전거, 버스까지 운송 수단을 확장하면서 현재 싱가포르뿐 아니라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8개국, 217개 도시에서 2000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그랩에 등록된 운전기사만 220만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그랩 페이'와 '그랩 푸드' 등 금융과 식품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 동남아 지역민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싱가포르 본사에서 만난 후이링 탄 공동창업주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동업자인 앤서니 탄과 동남아지역의 심각한 사회 문제인 트래픽 잼(교통난)을 해결하고 모두가 편리한 교통수단을 만들자는 뜻에서 그랩을 창업하게 됐다"며 "그랩이 6년만에 1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자전거부터 버스까지 이 지역에서 필요한 모든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퍼로컬 솔루션'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탄 COO는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지역 최초로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 정보기술(IT) 기업이 됐고, 동남아 전역에 음식배달과 금융서비스까지 가능한 유일한 회사로 자리했다"고 밝혔다.

■SK, 그랩 업고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 진출

그랩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사들의 투자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랩은 올해 초 추진한 총 20억 달러(2조원) 규모의 펀딩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에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중국 디디추싱과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SK㈜가 참여했다. SK㈜는 초기 그랩 투자 지분이 1.34% 수준이지만 투자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투자전문 지주사인 SK㈜는 2015년 국내 1위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쏘카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미국 카셰어링 업체인 투로(Turo)에도 투자했다. 또, 쏘카와는 말레이시아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차량공유 산업 시장규모는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 2025년에는 2000억 달러, 2040년에는 3조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경표 SK㈜ 상무는 "SK는 바이오.제약, 글로벌 에너지, 반도체 소재,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에 이어 모빌리티 영역을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며 "모빌리티의 핵심인 차량공유사업은 한국, 미국, 중국, 동남아 등 4대 핵심 시장을 선정하고 지역별 선도사업자를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는 단순하 지분투자를 넘어 그랩과의 실질적 사업 협력모델도 추진중이다.


탄 COO는 "SK가 미래 이동성(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아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밀지도 분야의 선도기업인 SK텔레콤과는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중이며 빅데이터 분야도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SK와 그랩이 협력관계를 맺은 건 장기적 측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탄 COO는 "SK와 파트너십을 구축한 건 기술 측면 외에도 장기적 비전과 회사 문화 등도 고려했다"며 "앞으로 SK와 동남아 지역에서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서로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