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혁신성장 결실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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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주말 새로운 취미를 하나 만들었다. 세종시 인근에 텃밭을 하나 분양받아 농작물을 키우는 것이다. 불과 6평(19.8㎡)이지만 서너 가지 심었다. 상추, 오이, 가지, 수박, 옥수수 등이다.

농사와 다소 떨어져 있는 삶을 살아왔으나 흙과 농작물의 고마움은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그 경험을 전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며칠에 한 번씩 물을 주는 것도 귀찮았고 주말 잡초 제거도 성가셨다. 소파에서 좀 편히 쉬고 싶은 유혹도 뿌리쳐야 했다.

농사에 무지한 탓에 처음엔 작물 구분 없이 똑같이 물을 주고 웃거름까지 뿌려줬다. 그러나 작물별로 키우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떤 작물은 매일 물이 필요하지만 또 어떤 작물은 그렇지 않았고 거름 양도 구분해줘야 했다.

농법(農法)이 다르니 작물의 성장도 차이가 있었다. 상추나 오이는 벌써 수확해 식탁에 오르지만 옥수수나 수박은 이제 줄기가 굵어지고 꽃이 피기 시작했다. 결실을 맛보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얘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혁신성장을 총괄하기 위한 혁신성장본부(가칭)를 설립할 것을 고형권 1차관에게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김 부총리의 정례보고를 받은 후 주문한 '혁신성장 세부계획 마련'에 대한 후속조치다.

혁신성장본부는 고 차관이 본부장을 맡아 선도사업1팀, 선도사업2팀, 규제혁신.기업투자팀, 혁신창업팀 등 4개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드론, 전기차, 수소차 등 주요 분야에 대한 성장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혁신성장본부는 기재부 국장급에게 팀장을 맡기기로 했다. 또 각 실국 핵심인력을 전임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예산실과 세제실, 공공정책국 등 기재부 내 다른 실국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별도의 인력충원이나 조직신설은 없으나 내용만 놓고 보면 사실상 기재부 조직 전체가 집중하는 형태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문재인정부의 3대 경제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에 밀려 제대로 정책을 펼치질 못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관심이 온통 소득주도성장 혹은 공정경제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경제부처가 혁신성장에 목소리를 높여도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반면 비판은 이어졌다. 1년이 지났는데 혁신성장 성과물이 없다는 질타였다.

다행히 이런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혁신성장 세부계획 주문이 나왔고 대책도 마련됐다. 겉으론 질책이지만 문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제 결실 맺기를 기다리면 된다. 물론 청와대와 여당은 물이나 거름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