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개선 노린 영구채 재발행 러시

회계상 자본 인정돼 인기.. 올해 3조6000억원 콜옵션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 높아.. 실질적 재무 개선엔 의문

5년 전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던 기업들이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자 차환에 분주한 모습이다. 영구채가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고금리를 주고서라도 영구채 재발행에 나서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7일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으며 5년 전과 마찬가지로 60년 만기물이다. 영구채 콜옵션에 맞춰 기존 사채를 상환하고 새로 발행한 것이다. 발행금리는 3.654~3.704% 선으로 종전 표면이율(4.210%)보다 0.5%포인트 정도 낮췄다.

■SKT도 선호, '빚'으로 재무구조 개선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회사채다.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발행사가 발행 5년 후 콜옵션을 갖는다.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가산금리가 부과(Step-up)된다. 영구채를 조기상환하지 않을 경우 이자비용 부담이 더 커지기에 기업들은 콜옵션 행사를 사실상 조기상환일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구채는 5년 만기의 고금리 채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국내 최상위 등급(AAA)인 SK텔레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영구채 발행금리보다 금리를 1%포인트 가까이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올해 2월 5년물 일반 회사채 발행금리는 2.840%에서 결정됐다.

그럼에도 일반 무보증사채 발행이 아니라 영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영구채의 경우 발행액이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부채비율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국내 최고 신용도를 자랑하지만 최근 들어 재무건전성 관리에 민감한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을 기존 A3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동통신요금 인하가 부정적 영향을 미친 데다 보안업체 ADT캡스 인수가 완료되면 레버리지 비율 상승이 불가피한 점이 반영됐다.

■대한항공, 콜옵션 건너뛰면 금리 연 10%

신용등급이 BBB급인 대한항공의 경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영구채 금리가 연 10%에 육박하게 된다. 대한항공이 지난 2013년 6월 발행한 영구채 발행규모는 2100억원이다. 오는 28일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는 연 6.40%에서 연 9.90%로 올라간다. 영구채 발행 당시 5년 후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으면 3.50%가 가산되는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고금리가 부담스러운 대한항공은 이달 중에 영구채를 차환 발행할 계획이다. 현금으로 상환하기에는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조달 자체가 버겁다. 대한항공은 올해 11월 해외에서 발행한 영구채 3억달러 규모의 콜옵션 행사기일이 예정돼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실질적 재무상태 개선 효과엔 물음표

우리은행과 수협은행도 5년 전 발행한 영구채 콜옵션 행사를 위해 각각 지난달과 이달 영구채 차환에 나섰다. 고금리 이자를 물리는 사실상 '빚'임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매력 때문에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영구채 조달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현금성 자산이 넉넉한 포스코는 일반 회사채 발행과 현금으로 영구채 콜옵션 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는 13일이 영구채 8000억원 규모의 콜옵션 행사기일이다.

포스코는 콜옵션 행사를 위해 2년여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온다. 다음달 5일 3000억원 규모를 발행할 예정으로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의 뭉칫돈이 몰릴 경우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롯데쇼핑, SK해운, 두산중공업 유럽법인, CJ푸드빌 등도 연내 영구채 콜옵션 행사일이 돌아오는 만큼 차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영구채 조기상환 규모는 3조6000억원 수준이다.
전체 발행액의 30.2%를 차지한다.

부채비율과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영구채 차환으로 조달을 이어가는 기업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발행사가 차환금을 영구채로 조달하는 것과 관련, 금감원은 "재무구조는 유지되나 실질적인 재무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