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6·13 국민의 선택] "우리지역 일꾼은 내손으로"… 100세 할머니도 소중한 한표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3 17:14

수정 2018.06.13 23:02

전국 곳곳 뜨거운 투표열기
아이 손 잡고 투표소 찾아 풀뿌리 민주주의 참교육
청소년 모의투표도 확산.. 웨딩홀·화랑 투표소 변신
투표용지 훼손·촬영 '눈살'.. 선거 도박사이트 내사 착수
6·13 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충남 논산시 양지서당 유복엽 큰 훈장(79.왼쪽 두번째)과 가족들이 연산초등학교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흰색 두루마기에 갓을 쓴 유 훈장은 "정직하고 착하며 일 잘하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충남 논산시 양지서당 유복엽 큰 훈장(79.왼쪽 두번째)과 가족들이 연산초등학교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흰색 두루마기에 갓을 쓴 유 훈장은 "정직하고 착하며 일 잘하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7회 전국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전국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투표가 마감된 오후 6시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한 한 표, 한 표가 이어지면서 이번 선거에 열기를 더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촬영하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잇따랐다. 선거 결과에 따라 돈을 따는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까지 등장하면서 달아오른 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이 손잡고, 지팡이 짚고…투표소 이어진 발길

이날 서울 신정3동 제13투표소에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이른 시간부터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줄을 이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투표소를 찾은 김미영씨(35.여)는 "아이에게 선거가 어떤 건지, 투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려고 같이 나왔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마천2동 제3투표소에도 투표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천공원 하마천경로당에 위치한 투표소에는 외부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고, 더운 날씨에 부채질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시장애인콜택시를 타고 투표소에 도착한 김정희씨(85.여)는 왼손에 지팡이를 짚고 투표사무원 부축을 받아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투표를 마치니 속이 시원하다"며 "가족들이 몸이 아픈데 어떻게 가느냐고 말렸지만 매번 빠지지 않고 한 게 투표다"며 "다리가 아파도 해야 한다"고 웃어보였다.

울산 중구 우정동 제3 투표소에는 올해 100세인 백발의 김두애 할머니가 투표해 눈길을 끌었다. 충남 논산시 연산면 제1투표소가 설치된 연산초등학교에는 인근 한학마을 서당 훈장인 유복엽씨(79)가 갓을 쓰고 흰색 도포를 입고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곳곳에 마련된 이색 투표소도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웨딩홀을 빌린 부산 금정구 부곡3동에 마련된 제4투표소는 결혼식에 사용되는 꽃장식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색 장면을 연출했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제2투표소인 미광화랑도 투표소로 변신해 유권자들이 투표도 하고 미술작품도 감상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미리 이번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거소 투표를 했다. 거소 투표란 직접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유권자들이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우편으로 투표하는 제도다. 반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거소 투표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 자원봉사에 모의투표도

투표소에는 자원봉사에 나선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투표에 직접 참여할 순 없지만 자원봉사를 통해서라도 올바른 선거 문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보였다. 조원오군(16)은 "투표에 참여할 순 없지만 선거에 참여하게 돼 뜻깊다"며 "오전 9시부터 4시간 봉사를 하는데 별일 없이 잘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청소년 참정권을 실현하고 투표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자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와 부산 서면, 대구 반월당 등 전국 18개 광역시도 68곳에서는 청소년모의투표 오프라인 투표소도 운영됐다. 청소년들은 청소년선거관리위원들 안내를 받아 실제 선거처럼 신분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비밀기표한 후 투표함에 넣었다. 일부 학생들은 '청소년 참정권 실현하자', '청소년이 직접 뽑는 교육감.도지사'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투표용지 찢고, 촬영하고…'당선 베팅' 도박사이트도 등장

투표는 대체로 차분하고 안전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으나 곳곳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도 적발됐다. 부산 동구 범일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A씨(53)가 "우리나라에는 당이 2개밖에 없냐"면서 비례대표 투표용지 2장을 훼손했다.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날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지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혐의로 시민 B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B씨는 사전투표 둘째 날이던 지난 9일 강남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기표를 완료한 투표지 사진 2장을 페이스북에 게시해 투표지를 공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 서산시 인지면 차동초등학교에 마련된 제3투표소에서는 C씨(58)가 휴대전화로 투표용지를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C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촬영 사진은 삭제됐고, 해당 투표용지도 무효 처리됐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와 관련한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가 운영되면서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이트는 일부 광역단체장 선거에 돈을 걸어 결과를 맞히면 배당률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운영자뿐 아니라 행위자도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선거결과를 이용한 도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권병석 최수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