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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국민의 선택] 표밭 못 지킨 한국, 1석도 못 건진 바른미래, 호남서 외면받은 민평.. 수습 어떻게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3 18:22

수정 2018.06.14 00:09

파랗게 질린 野
6.13 지방선거 개표 결과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결론이 나면서 선거에 패배한 야권이 지도부 사퇴 등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게 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날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안철수 전 대표도 백의종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선거 결과에 야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각당의 사정이 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야권 전체가 정계개편에 휘말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바른미래·민주평화당 내홍 불가피

제2 야당인 바른미래당은 후보 공천 과정부터 인물난을 겪은 데다 어느 곳 하나 승리한 곳이 없어 당의 진로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도 이날 "서울 시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안 후보는 당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패배로 백의종군이나 정계은퇴 등을 선언할 경우 당내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공천 과정에서 나온 내부갈등도 선거 뒤 분열의 기폭제가 될 요인이다.

유승민.안철수계의 갈등이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인 송파·노원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노출된 만큼 선거 뒤 갈등 수습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 당직자는 "바른미래당은 선거 뒤 보수세력 재편 과정에서 바른당계가 한국당과의 재통합 등에 관심을 보일 경우 거센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평화당도 '텃밭' 호남에서 일부 지역은 광역단체장 후보를 인물난 끝에 배출하지 못하면서 당의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선거 뒤에는 호남발 정계개편의 중심축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은 친문계를 중심으로 평화당과의 재결합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성사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또 21대 총선 등을 앞두고 호남 교통정리 문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洪대표 사퇴 시사…내홍 격화 예고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출구조사 직후 당의 패배가 눈앞에 드러나면서 당의 진로를 놓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저녁 개표상황실을 찾아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사실상 사퇴를 선언했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타 지역보다는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울산까지 광역단체장 5석의 텃밭 사수전에 선거의 명운을 걸어왔다.

그러나 텃밭인 영남권 방어전에 실패하면서 보수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일부 중진의원과 전·현직 당협위원장들이 중심이 된 일명 '한국당 재건행동'도 이날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내홍에 불을 지폈다.

한국당은 지도부 사퇴 뒤 빠르게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하고 당의 구심점을 찾을지,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선거 책임론과 계파 갈등이 재연되면서 또 다른 위기의 길로 접어들지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됐다.


비대위 구성 뒤 조기 전당대회가 성사될 경우 한국당은 위기를 봉합하고 안정화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현재 당권 경쟁에는 이완구 전 총리를 비롯해 김무성 의원, 정우택 전 원내대표, 정진석 전 원내대표, 나경원, 원유철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야권이 저마다 이처럼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번 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결론이 나면서 전체적으로 다당제가 선거 패배를 기점으로 힘을 잃고 과거의 거대 양당체제로 재편될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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