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내홍 싸인 경총, 존재 이유부터 돌아보라

이리저리 정부 눈치 살피다 '사용자 대변' 제 역할 못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내홍에 휩싸였다. 손경식 회장은 며칠 전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그러나 송 부회장은 14일 서울 백범로 경총회관으로 출근했다. 앞서 송 부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직무정지가 뭘 의미하는지, 법률적 효력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한마디로 회장의 영이 안 선다.

왜 이렇게 됐을까. 경총이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게 근본원인이다. 경총은 노사협상에서 사용자 이익을 대변하라고, 크고 작은 회사의 경영자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다. 하지만 지난해 봄 문재인 대통령의 질책이 나온 뒤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경총도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뒤 경총은 눈에 띄게 기가 꺾였다.

올 초 회장을 뽑을 때도 말이 많았다. 여당 실세 개입설로 어수선했다. 결국 새 회장직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돌아갔다. 상임부회장을 뽑을 때도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노무현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고용노동부 출신 관료가 낙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송 부회장은 경총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끝내 사달이 났다. 경총은 지난달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하자며 한노총.민노총과 같은 편에 섰다. 경총이 제발로 존재 이유를 걷어찬 것이다. 여론이 들끓자 경총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갈팡질팡이 따로 없다.

예전에도 경총은 제 역할을 못하는 바람에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9년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이 큰 이슈였다. 이때 현대차는 경총의 유화적인 태도에 불만을 품고 협회를 탈퇴했다 1년여 만에 복귀했다. 경총 1호 회원사인 전방은 지난해 경총이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에 동의하자 탈퇴를 선언했다. 송 부회장을 둘러싼 내홍도 뿌리를 캐면 경총이 제 임무를 망각한 데서 빚어진 일이다.

경총과 손경식 회장에게 당부한다. 상임부회장은 노사정책 실무를 총괄한다. 이 자리엔 사용자 이익을 충실히 대변할 사람을 앉히는 게 맞다. 노동부 출신 관료는 적임자가 아니다.
송 부회장은 과연 자신이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경총은 회원사 회비로 운영하는 순수 민간단체다. 정부도 경총 일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