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한반도 CVIP 시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체제보장'(CVIG).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눈과 귀에 익은 영어 단어들이다. 그런데 알파벳 한자를 놓고 북.미간 샅바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엿보인다.

CVID란 말은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수립된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목표를 천명할 때 CVID란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핵 6자 회담에서 핵문제를 CVID 방식으로 풀자고 압박했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CVID라는 용어에 대해 "패전국에나 강요하는 굴욕적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부시 대통령이 반테러정책을 쓰면서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지칭하던 때다. 지난 2004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3차 6자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을 의식해 CVID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CVIG는 6.12 북·미 정상회담 사전실무협상에서 북한이 미국의 CVID 용어를 본따서 만들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체제보장'이란 뜻이다. 체제보장이란 단어는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 만들어 썼다. 이전에는 대북 적대시정책이라고도 불렀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북한 비핵화에 대한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취소를 통한 체제보장을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CVID 표현이 없었던 것은 북한이 요구하는 CVIG를 미국이 보장하지 않아 넣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이 '한반도 CVIP의 시대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 주목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지역인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나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완전하고 가시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번영(CVIP:Complete, Visible, Irreversible Prosperity)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반도는 퀀텀점프가 가능해진다. 그런 날이 머지않아 올까.

cha1046@fnnews.com 차석록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