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특활비 상납' 남재준·이병기·이병호 1심 실형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5 18:09

수정 2018.12.11 11:32

법원 "국고손실 유죄
뇌물로 볼 수는 없어"
남재준 전 국정원장, 이병기 전 국정원장, 이병호 전 국정원장
남재준 전 국정원장, 이병기 전 국정원장, 이병호 전 국정원장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정원장 3명이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건넨 돈을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검찰이 즉각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1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자격정지 2년도 함께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징역 3년을,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남 전 원장을 제외한 세 명은 이날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 됐다.


재판부는 "국정원장 특활비는 정보의 수집 및 보안 업무 등 용도로 정해진 금원에 해당한다"며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매월 특활비를 지급한 것은 그러한 사업목적을 벗어난 것이어서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세 명의 전직 국정원장들이 박 전 대통령에 건넨 돈을 뇌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에 의해 특활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적인 뇌물사건은 하급자가 상급자에 자발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데, 이번 사건은 이와 다르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인들로서는 대통령에게 특활비의 지급·중단 여부를 임의로 결정해 처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세 명의 원장에 대해 횡령에 의한 국고손실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고, 뇌물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예산을 본연의 업무에 사용되지 못하게 됨으로써 국민안전에 위험을 초래했기에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피고인들은 국정수행과 관련해 특활비가 사용될 것으로 생각했고, 잘못된 관행에 기대서 범행을 저질러 당시에는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 직후 검찰은 "1심의 뇌물공여 무죄 논리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인사권자, 감독권자인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국정원장들이 국정원 돈을 대통령에게 공여한 이 사건에서 직무관련성은 판례상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라며 "뇌물의 자금원이 나랏돈이라는 사정 때문에 뇌물로서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죄질을 더 나쁘게 하는 것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요구형' 뇌물로서 이는 양형가중사유에 해당함에도 대통령이 요구했다고 '뇌물성'을 부정한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검찰은 1심 판결에 항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남 전 원장은 재임 시절인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원장 특활비로 배정된 40억원에서 매달 5000만원씩 6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및 뇌물공여) 등을 받는다.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도 재임 시절 각각 8억원, 21억원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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