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다시, 노무현. 바람이 분다-Ⅰ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6 09:24

수정 2018.06.16 11:01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3일 치뤄진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3일 치뤄진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경상북도지사, 대구시장, 제주도지사를 제외한 14곳을 석권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4명의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은 모두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방권력의 전면적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들이 지방권력의 정점으로 돌아오면서 친노 세력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 김경수 전 의원은 최초의 민주당 출신 경남도지사가 됐다. '뼈노'로 일컬어 지는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은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냈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과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은 각각 참여정부 인사수석실 행정관과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사실 지방권력에서 친노의 부활은 오래 전 싹트고 있었다. 지난 2010년 치뤄진 제5회 지방선거는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실시된 첫번째 지방선거였다. 이 선거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당선되며 '친노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고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친노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및 '친노' 간판으로 경남, 울산, 부산, 대전, 인천 등에서 지방정권 교체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에선 이번 지방선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시 돌아보고 연구할 계기가 될 것으란 분석이 나온다. 다시 노무현의 바람, 노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자가 기억하는 '정치인 노무현'을 기록하기로 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첫 번째 이야기. 인기없는 대통령, 인기많은 대통령
2007년 12월 19일, 17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역사상 가장 큰 득표율 차이로 정권이 바꼈다. 정권을 내준 노 전 대통령에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임기 중 널뛰듯 뛰어오른 부동산 가격과 심화된 빈부격차,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한 저성장 국면은 그가 갖는 정치적 상징을 흔들었다. 임기 내내 고졸 대통령,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등 많은 비판을 견뎌야 했던 국가 최고 권력자의 뒷모습은 작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말 스스로를 "인기없는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는 평화로웠다. 고향 봉하마을로 내려가 오리농사를 짓고 사람들과 어울렸다.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달리던 그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노 전 대통령은 지방분권을 시대적 과제로 생각했던 인물이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방분권의 시대를 꿈꿨다. 임기 중 수도 서울을 지방으로 옮기는 '천도'를 꿈꿨지만 위헌 판결을 받았다. 대신 세종시를 비롯한 지방 거점 도시로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을 옮겨 행정 권력을 이양했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엔 인터넷 공간에서 조직된 시민의 힘이 컸다. 퇴임 후 그는 인터넷을 높은 수준의 토론이 오가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으로 발전시키고 싶어했다.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렸고 인터넷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도 개설했다.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실패했다. '진보의 미래'와 같은 민주주의에 대한 책도 쓰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이 자전거를 타고 봉하마을 논두렁을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이 자전거를 타고 봉하마을 논두렁을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온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듯했다. 그의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모습을 좋아했다. 특히 서울을 떠나 낙향한 것을 노 전 대통령이 주장해온 지방 분권을 스스로 실천하는 동시에 모든 '정치적 지분'을 끊어 버린 것으로 받아 들였다. 인터넷에선 손녀에게 아이스크림을 녹여주는 그의 모습과 막걸리 잔을 들고 들판에 주저 앉아 있는 일상의 사진들이 올라왔다. 사저 앞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노 전 대통령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씩 인사를 나왔다. 짧은 인사를 하기도 했고 소소한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긴 시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강의를 열기도 했다. 퇴임 후 그의 국민적 인기와 정치적 영향력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예상치 못한 국민적 관심에 당황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시기부터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당시 집권 세력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회상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검찰에 출석하며 포토라인 앞에 섰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검찰에 출석하며 포토라인 앞에 섰다.

2009년 검찰에 출석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2009년 검찰에 출석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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