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적법’으로 위장한 부패들

우리 헌법은 제7조 제1항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학자인 한수웅 교수는 이를 "국가는 오직 공직을 통해 활동할 뿐만 아니라 파악되고 가시화되며 공직을 매개로 권력에서 책임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공직자는 자신의 권한 내에서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로서 기능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모든 정부기관이 각 분야에서 공직의 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국가와 국민 사이의 매개로서 공직의 역할이 강조될 때 가장 걸맞은 기관이 바로 국민권익위원회다.

권익위는 '국민과 정부 사이의 접점' '행정의 종합 AS기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온라인 참여포털인 '국민신문고', 정부 대표 안내전화인 '110콜센터'를 운영하고 바람직한 행정 실현을 위한 고충처리·행정심판·제도개선 업무를 수행한다.

또 범정부 5개년 반부패 종합계획 수립과 같이 국가 전반의 청렴도를 높이고, 청렴한 공직사회 풍토를 확립하고 있다.

최근 권익위가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위장된 부패'다.

현재 정부는 우리나라 곳곳의 오래된 폐단들을 걷어내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부로 드러난 부패들은 신속하게 일소되고 있지만 문제는 교묘하게 위장하고 숨어있는 부패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스스로를 적법·타당한 행정행위로 위장한 채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에 똬리를 틀고 앉아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바로 복지부동, 무사안일, 소극행정들이다.

A사는 IT업종 등 좋은 일자리 약 3만5000개 창출이 예정된 산단 조성을 추진하다가 공사가 중단됐다. B사는 10년 전 허가받은 산단 기반시설을 착공도 못하고 있으며, C사는 관광레저사업에 수십억원을 투자했으나 개장도 못한 채 각종 송사에 휘말려 있다.

하나같이 해당 기관과 담당자의 소극행정, 복지부동, 무사안일에서 비롯된 기업민원들이다. 쉽게 드러나지 않아 적발과 시정이 어렵지만 그래서 국가경제에 더 치명적 악영향을 끼치는 '위장된 부패'들이다.

권익위는 이런 '위장된 부패'들을 드러내고 걷어냄과 동시에 '좋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말 전담조직인 '기업고충민원팀'을 출범했다.
'기업고충민원팀'은 이 '위장된 부패'들을 뿌리 뽑기 위해 감사·수사 의뢰와 같은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고 국정 전반에 적극행정을 장려할 계획이다.

헌법 제7조 제1항이 공무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면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공무원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의 권리는 제1항의 책임 완수를 전제로 하는 것임을 모든 공직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