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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일촉즉발] 화력이 다른 美.. 사실상 ‘中 기술굴기’ 차단이 목적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7 17:20

수정 2018.06.17 17:20

500억달러 VS. 500억달러 지난달 무역갈등과 차원 달라 트럼프 ‘중국제조 2025’ 비난
"첨단기술산업 지배 통해 미국 외 다른나라 성장 막아"
中도 같은 규모 맞불관세 양국 ‘强대强’ 대응 계속땐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 흔들
[미·중 무역전쟁 일촉즉발] 화력이 다른 美.. 사실상 ‘中 기술굴기’ 차단이 목적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이 5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입장 발표에 이어 중국 정부가 즉각적으로 맞대응 보복조치를 선언하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이 예측불허 상황을 맞고 있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달 2차 무역협상에서 공동합의에 이르기까지 벌어졌던 양국 간 무역갈등 양상과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무역전쟁을 중국의 첨단 미래산업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직접 언급하며 정조준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미국의 이번 관세부과 조치에 중국이 맞대응에 나설 경우 추가 관세조치로 대중압박 기조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중국도 미국의 대중 관세정책 발표에 즉각 맞보복 대응책을 밝히며 결사항전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양측이 이번 보복조치뿐만 아니라 장기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미·중 간 무역전쟁이 재격발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중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무역전쟁 선포

이번 양국 간 무역충돌은 양국이 '거래의 기술'을 통해 윈윈을 달성하자는 예전의 협상 태도와 다른 양상이다.

세 차례의 '고위급 무역 대화'를 통해 미국은 미·중 간 무역불균형 폭 해소와 중국의 지식재산권 관련 법안 수정 등 양보안을 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무역전쟁 선전포고는 중국의 기존 양보안을 전면 거부하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굴기'에 전면적인 전쟁을 선포한 모양새다.

중국이 소극적인 지재권 수정을 하더라도 중국의 공격적인 기술 획득 노력과 '지식재산 도둑질' 행태가 바뀌지 않아 결국 미국의 안보 자체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

미국의 초강경 의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3가지 언급에서 읽을 수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목록 공개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제조 2025'를 직접 거명하면서 "미국과 많은 다른 나라들의 성장을 저해할 신흥 첨단기술 산업을 지배하려는 계획"이라고 규정하며 500억달러 관세대상 품목도 제조업 2025와 직결된 업종을 직접 겨냥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이 미국 상품, 서비스, 농산물 등에 대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고 비관세 장벽을 올리거나 미국 수출업자나 미국인에 징벌적 조치를 하는 등 보복조치를 한다면 추가 관세를 추진할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의 공세에 중국의 맞대응이 나올 경우 대중압박 강도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줄곧 미국의 강경대응에 '상응하는 규모'의 맞보복 조치 행보를 보여온 중국의 입장 변화도 심상치 않다. 미국의 대중 보복조치의 의중을 파악하며 같은 규모의 맞보복 카드로 일관해온 중국이 앞으로 적극적 강경대응을 통해 힘의 균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와 관련, 관영 신화통신은 17일 '시대를 역행하는 미국의 행동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논평에서 "중국은 반드시 강력한 반격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은 소규모, 중간 규모, 대규모 공격에 대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미·중 무역전쟁 시나리오에 입각해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중국 내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관영 국제재선(CRI)도 논평에서 이번 미국의 공격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 지난 4월 1차 미·중 무역갈등 때보다 더 정확하고 더 빨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매체는 "중국은 이번 무역전쟁에 대해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글로벌경제 악영향 우려 속 협상 여지 기대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들의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양국 간 관세 때리기가 고조될 경우 세계 수출교역량이 줄어드는 데다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가들의 타격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이번 미국의 관세부과로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10% 줄어들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82억6000만달러(31조원) 감소한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물론 있다. 훙잉 중국 자오퉁은행 이코노미스트는 "500억달러는 2017년 중국 GDP의 0.4%, 중국 수출총액의 2.2%, 대미 수출액의 10%에 불과해 중장기적 경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전처럼 협상의 유리한 고지 확보를 위한 샅바싸움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지속적인 대중 압박이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이 관세부과를 강행하겠지만 최후에는 실행을 미루며 중국에 더 많은 시간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도 이번 강도 높은 맞대응 조치를 내놨지만 차후의 협상 가능성을 남겨놓고 섣불리 전선 확대에 나서지 않고 신중론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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