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이통시장 악순환 누가 부추기나

정부는 지난 2011년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알뜰폰을 공식 도입했다. 어느 때인가부터 정치권에서 선거철마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민들도 호응했다. 선거가 끝난 뒤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알뜰폰 도입도 이런 상황에 이뤄졌다.

이미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알뜰폰 사업자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더 싼 요금'일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알뜰폰 사업자에게 망을 빌려주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망 임대료(도매대가)를 낮추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실제 매년 종량요금제의 데이터 도매대가는 2014~2017년 연평균 22.4% 인하됐다.

그런데 정부는 '더 싼 요금'을 표방한 알뜰폰을 놔두고 갑자기 이동통신 3사를 향해 요금인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이동통신 시장 과열을 막고,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도입하면서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들이 12%의 선택약정할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시초다. 선택약정할인의 할인율은 이후 2015년 4월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20%로 상향됐고, 지난해 9월 다시 25%로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의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요금할인 요구는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동통신 3사가 나서 파격적인 혜택의 요금제를 잇따라 내놨다. KT가 최근 내놓은 '데이터온 프리미엄' 요금제는 25%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월정액 6만6750원(부가세 포함)에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15GB 데이터와 유무선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월 7만290원(부가세 포함)에 제공하는 CJ헬로의 '더 착한 데이터 15GB' 요금제보다 경쟁력 있다.

이쯤 되면 국민이 알뜰폰을 선택할 동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동통신 3사에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것으로 요구했다. 월 2만원대에 200분 음성통화, 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시장이 명확히 갈라져 있던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이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동통신 3사에 도매대가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도입한 알뜰폰이 고사하도록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및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이동통신 3사 입장에서 도매대가 인하도 쉽지 않으니 끝없는 악순환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정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