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방분권 시대적 과제 성공하려면

바둑에서 대국 초반에 진영을 구축하기 위해 요소를 찾아 돌을 배치하는 일을 '포석'이라 한다. 중반 전투를 위해 대형을 갖추는 준비 과정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사전에 '포석'을 해놓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성공하는 것은 자명한 진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방분권을 강조해 왔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천명하며 국정과제로 정했다. 6·13지방선거 직전에는 "투표가 성숙한 지방자치와 분권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선 직후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든든한 지방정부로 뒷받침하겠다"며 지방분권 강화에 협조할 것임을 시사했다.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철학이 잘 반영돼 있었다. 6월 개헌은 무산됐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가운데 개헌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올해 내 개헌을 재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방분권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개헌 등 각종 법과 제도를 닦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바둑알 하나하나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포석'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지방분권을 반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자체들의 역량 부족을 가장 큰 단점으로 꼽는다. 지방에 권한과 재정을 내려줘도 이를 받아서 올바르게 처리할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최근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성과상여금 지급을 두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 논란이 일었다. 경기도는 시간비례 지급이 원칙이라고 판단한 반면 서울시는 전일제공무원과 동일한 성과금 지급을 권고하고 있다. 지방공무원 관리 주체인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재량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판단할 몫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작 해당 담당 지방공무원들은 "선택권을 주지 말고 차라리 어떻게 지급할지 답을 하나만 정해달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중앙에서 재량권을 지방에 줘도 지방에서는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지방공무원의 역량 강화나 관리에는 소홀하다.
중앙공무원은 인사혁신처가 채용부터 교육, 관리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지만 지방공무원은 행안부 지방인사제도과의 스무명 남짓한 인원이 모두 담당해야 한다. 앞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지방공무원들의 교육과 관리가 지방분권 준비 과정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개헌도 중요하지만 선행과제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봐야 할 때다.

true@fnnews.com 김아름 정책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