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감동 이야기

"실종 하루 됐는데.." 반려견 안락사 시킨 매정한 정부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4:30

수정 2018.06.20 14:31


호주 캔버라에 거주하는 드라고 그보즈다노빅의 반려견 이지가 실종 하루만에 안락사를 당했다. 사진=드라고 그보즈다노빅
호주 캔버라에 거주하는 드라고 그보즈다노빅의 반려견 이지가 실종 하루만에 안락사를 당했다. 사진=드라고 그보즈다노빅

호주 캔버라에 거주하는 한 남성의 반려견이 실종 24시간 만에 안락사를 당한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호주외신에 따르면 올해 17살인 말티즈 '이지'는 지난 10일에 마당에서 나가 실종됐다. 견주인 드라고 그보즈다노빅은 이지를 찾는데 실패했으며, 다음날 여동생으로부터 이지가 한 보호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드라고가 이지를 만날 생각에 들떠 보호소에 전화를 하자 들려오는 대답은 이미 안락사 당했다는 것이었다.


드라고는 "이지의 안락사 소식을 접하고 나서 너무 충격을 받고 화가 났다"며 "누가 그리고 왜 내 강아지를 죽였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드라고는 이지가 없어지자마자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와 함께 실종신고를 해 ACT정부 홈페이지에 해당 내용을 등록했다. 심지어 이지는 동물등록 시 삽입하는 마이크로칩도 이식돼 있었다.

드라고는 "이지는 노령견이지 야생에서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개가 아니었다"며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살 수 없던 아이이며 나이가 많아 눈이 보이지 않고 이빨이 빠졌으며 귀도 잘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호주 동물보호 정책을 확인해봤는데, 보호소에서는 주인을 찾을때까지 유기동물을 7일간 보호하도록 돼 있었다"며 "나는 이지가 ACT정부에 등록돼 있으면 안전하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슬퍼했다.

그렇다면 이지는 어떻게 안락사를 당한 것일까.

드라고는 "보호소에 상주하는 수의사가 이지가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부상을 당한 것이 아니라고 판정했음에더 ACT정부 측 직원이 안락사를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안락사가 고통없이 잠드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꼭 안락사 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내가 옆에서 이지와 함께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누군가와 17년동안 함께 하면 삶에서 함께 일상과 습관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라며 "이지가 떠났지만 아침에 이지가 산책을 나갈 수 있게 마당쪽 문을 열어두는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ACT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지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안락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성명은 "개의 털이 매우 엉겨붙어 있었고, 눈과 귀가 멀어있었으며 두눈이 손상돼 있었다.
마이크롭칩에 등록된 견주의 연락처가 최근 것이 아니었으며 여러번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드라고는 "이지가 나이가 많아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으나 안락사 전에 주인을 찾아주는 7일의 시간이 있는 것은 물론, 안락사를 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으며 안락사를 할 경우 나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분통해했다.


그는 "이런 슬픈 일은 이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그렇게 쉽게 반려견을 죽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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