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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남북한 경협의 필요충분조건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7:08

수정 2018.06.20 17:08

[fn논단] 남북한 경협의 필요충분조건

요즈음처럼 한국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시절도 있었을까? 2009년 '100년 후'라는 책을 저술한 조지 프리드먼은 동북아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한국은 "2030년이 되기 훨씬 이전에 통일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호모데우스, 미래의 역사'(2015)를 쓴 유발 하라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인공지능의 부상으로 남북한 사이의 문화적 격차가 벌어지면 통일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반도의 미래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예측이 나온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은 움츠렸던 소비심리 개선에 일조했다. 그동안 한국의 금융상품이나 수출품 등에 대해 차별적으로 가해졌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은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식지 않았다.
반면에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건재하다. 이는 주로 통일비용 부담에서 기인한다. 통일비용은 대체로 북한 소득이 남한 수준으로 수렴하는 비용이며, 이외에 사회적·문화적 격차를 줄여나가는 비용 등을 포함한다. 통일비용은 변수에 따라 500억에서 5조 달러로 천차만별로 추정된다. 한편, 통일경제에서 발생하는 편익이 비용을 장기적으로 충분히 보상하므로 투자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해 어떤 신호를 주었나? 냉전시대의 갈등 완화 기대와 의구심이 뒤엉켜 반응했다. 북한이 경제우선 노선으로 전환해 글로벌 경제의 일원으로 변모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언급하기는 아직은 이르다.

이런 여건에서 최근 거론되는 남북한 경제협력 방안은 관심을 끈다. 경제협력의 두 축은 무역과 투자다. 남북한 간 경제협력 심화는 북한 개방의 촉매제로 작용하며, 소득증진에 기여한다. 나아가,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로 접어들면 그 자체로도 정치적 갈등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남북한 간 경협 실적을 살펴보면 1988년 이후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도 꾸준히 확대되었다. 하지만 상호의존성을 심화시키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채 2016년 북한 핵실험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남북 경협을 촉진하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평화체제 구축에 경협이 왜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건지, 또 시장경제 원칙도 지켜져 민간 부문의 불필요한 경제적 희생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도 필요하다. 그리고 남북한 간 큰 틀 속에서 추진되는 경협이 자칫 남한의 경쟁열위 산업이나 한국판 '러스트 벨트'지역 경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남한 산업의 경쟁력 향상이 남북한 간 경제적 상호 의존관계 심화에 밑거름이 된다는 인식의 공유도 긴요하다.

경협 심화를 통한 상호 의존관계 구축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국가 간 충돌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살펴보면 경제적 상호 의존은 한계를 보였다. 리처드 하스는 '혼돈의 세계'(2017)에서 "동북아 지역의 안정적 질서는 세력 균형과 경제적 상호 의존에 뿌리를 두어야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정착에 실사구시적 접근이 요구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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