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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야쿠르트 아줌마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7:08

수정 2018.06.20 17:08

노란색 유니폼에 가방을 멘 친근감 넘치는 아줌마. 누구나 그리는 어릴 적의 야쿠르트 아줌마 모습이다. 방문판매원의 원조 격인 야쿠르트 아줌마가 등장한 건 1971년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창업주에 의해서다. 그는 경제개발로 일손 하나가 아쉬운 상황에서 당시 유휴인력이던 주부를 야쿠르트 판매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들을 활용하면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에 47명으로 출발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지금은 1만3000여명에 이른다. 47년 만에 276배 늘었다.
이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일하고 연평균 2500만원을 버는 어엿한 사장이다. 평균 나이는 40대 후반으로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초창기 멤버로 현재 70대 고령자도 상당수가 있다.

5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이들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니폼과 제품 운송수단이다. 노란색 유니폼과 모자는 4년 전에 유명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의 손에 의해 센스 있게 바뀌었다. 요즘에는 냉장고까지 갖춘 전동카트 '코코'를 타고 다닌다. 단 하나 바뀌지 않은 것은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호칭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건강한 아침을 전하는 것을 넘어 사회의 동반자 역할도 톡톡히 한다. 골목골목을 누비며 홀몸어르신들의 말벗이 되기도 하고 안부도 챙긴다. 때론 자녀들을 대신해 건강까지 살핀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1990년대 신유통의 위세에 밀려 사라질 뻔했다. 한국야쿠르트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판로를 대형 유통채널 위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주부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 기여라는 창업자의 유지와 회사가 가진 소중한 자산 보전이라는 '대의'를 택했다. 온라인 쇼핑의 등장으로 도전에 직면하기도 했다.

요즘 야쿠르트 아줌마가 다시 뜨고 있다니 반갑다. 소비 트렌드 변화 덕분이다. 1∼2인 위주의 라이프사이클 변화로 아침을 여는 신선식품 배달 수요가 크게 늘었다.
우유와 유산균 제품은 물론이고 가정간편식, 반조리 식품(밀키트) 등 다양화되고 있다. 이런 음식을 전달하는 데는 친근한 야쿠르트 아줌마의 따스한 손길이 제격이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사람 냄새'는 이길 수 없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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