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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디잉글리시베이 윤수영 대표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보석 디자인 꿈꿔"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7:19

수정 2018.06.20 17:19

[fn 이사람] 디잉글리시베이 윤수영 대표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보석 디자인 꿈꿔"

이태원 가구거리 초입에 작고 녹슨 간판이 있다. '코숙이를 만나러 오세요'라는 글귀를 마주하고 몸을 돌려 안쪽을 보면 파랗고 커다란 코끼리 간판이 눈에 띈다. 주얼리숍 '디잉글리시베이'다. 흡사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보석상에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코숙이'는 코끼리를 은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디잉글리시베이의 상징이 됐다. 갓난 아기를 데리고 놀러 온 엄마들이 아이와 자신의 커플 목걸이 팬던트로 많이 구매한다.
갓난 아기에게 코끼리 목걸이를 걸어주면 복이 들어온다는 인식에서다.

구석진 공간에 대한 의도부터 물었다. 디잉글리시베이 윤수영 대표(사진)는 "나한테 오는 사람들은 비밀이 많다. 아는 사람들만 오는 공간이 좋다"고 운을 뗐다. 드러나지 않게 숨어서 한 땀 한 땀 보석을 만들고 이를 '알아주는 사람'과 공유하는 게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윤 대표에게는 소중한 물건을 리폼하려는 문의가 쏟아진다. "부모님이 예물로 받은 진주 목걸이라던가 과하게 화려한 다이아몬드 웨딩링 같은 고가의 물건들을 세련되게 세공해달라는 부탁이 많다. 심지어 금메달을 가져온 사람도 있다."

윤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악세사리를 좋아했다. 용돈을 받으면 은반지를 사는데 다 썼다.

보석을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지만 미국 보석 감정위원회(GIA)의 한국 분원 GIA코리아에서 보석감정사(G.G.) 과정을 졸업하면서 결국 보석의 길로 들어선다.

2002년 보석감정사 과정을 졸업한 그는 꿈에 그리던 티파니코리아에 입사한다. "막상 입사해서는 오퍼레이션, 마케팅 등 사무직에 있었다." 머릿 속 티파니와 마음 속 티파니가 달랐다. 2003년 입사했다가 2008년에 나왔다.

티파니에 다니는 동안 윤 대표는 일과 별개로 '보석 디자인'에 꽂혔다. 동료들과 관련 동아리도 만들고 동대문 시장에서 부품을 사서 직접 보석을 만들었다. 5년 동안 이렇게 만든 귀걸이만 100여개 정도가 됐다. 윤 대표의 취미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만들기만 하지 말고 팔아 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디잉글리시베이는 해마다 매출이 성장했다. 한 해 1억원 넘게 손에 쥔 적도 있었다. 윤 대표는 장사를 연구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내 디자인들을 고객들이 오래오래 잘 착용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그는 "질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너무 좋았다"면서 "지금도 홍대 때 제품을 구입한 사람도 지나가다 코숙이 마크를 보고 들어와서 인사할 때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10년 차를 맞는 디잉글리시베이는 항상 같은 평가를 받는다. '원석이 좋다' '튼튼하다' '기성 제품과 다른 느낌이다' 등이다.
윤 대표는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딜레마도 있다. 입소문이 생명인데 단골들이 누구를 데리고 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본인만 알고 싶다고"라며 웃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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