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Change]

"G2 파국 치닫진 않을 것… 오히려 美 금리인상이 문제"

하반기 경제전망 좌담회.. 숨가쁘게 변화하는 한반도
최정표 원장 "하반기 성장 기조 유지하겠지만 설비·건설투자 부진에 성장 둔화"
이재영 원장 "美 금리인상땐 일부 신흥국 위험.. 한국은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 희박"
권태신 원장 "인위적인 소득 인상 부작용 명확.. 규제 개혁·노동 개혁 우선시돼야"
설비·건설투자 부진에 성장 둔화
美 금리인상땐 일부 신흥국 위험
한국은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 희박
인위적인 소득 인상 부작용 명확
규제 개혁·노동 개혁 우선시돼야

―세계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세계 경제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나.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경기순환 측면에서 볼 때 2016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선진국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안정적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공급 측 개혁과 서비스 및 소비가 성장하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자원부국인 신흥국들의 경제회복세도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도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고용환경이 개선되면서 회복세가 꾸준하게 지속되고 있어 기존보다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유로지역은 지난해 성장률이 과거 10년 동안 최고를 나타냈다. 내수와 수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 추세로 볼 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가고 있다. 지난 2003~2007년 연평균 세계성장률이 5.1%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3~2018년 연평균 3.6%까지 떨어졌다.

▲최정표 KDI 원장=2017~2018년 세계경제가 굉장히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어느 정도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KDI는 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올해(2.9%)보다 낮췄다. 유로존, 일본, 중국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화긴축과 보호무역주의가 하나의 트렌드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갑자기 세계경제가 나빠진다고 보진 않는다. 그럼에도 하방요인을 본다면 미국의 일방적 통상압력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국제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더 급한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현재 미국은 자국 경제가 굉장히 좋다 보니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고, 시중에 풀린 달러를 환수하고 있다.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들이 금리가 좋고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스프레드 확대로 우리 기업들도 해외에서 차입하는 것이 과거처럼 쉽지 않아졌다. 미국과 금리차를 좁히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부채 문제도 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미국의 금리인상,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동 정세불안 등의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세계경제는 그렇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JP모간체이스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라는 제조업 부문 구매담당자들이 평가하는 경기전망 지표가 있다. 5월 기준 53.1로 지난해 말보다 낮아졌다. 종사자들도 향후 제조업 경기가 그렇게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와 같이 경제에 크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여러모로 상반기보다는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지표나 여건이 좋지 않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올 11월에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의식해서 중국과 '말 전쟁'(Word War)을 통해 갈등을 유발하고는 있지만 전면적 통상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생활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재영 원장=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펀더멘털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에 대해서 국지적으로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퍼질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점진적 금리인상을 예고했고, 중간선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안정돼야 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이나 보유자산 매각을 점진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전체로 봐도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서 대비가 많이 돼 있다. 상당수 국가들이 변동환율제로 전환도 했다. 우리나라는 금융변동성 우려는 있겠지만 외환위기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우리 경제가 3%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경제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

▲최정표 원장=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9%로 전망한다. 하반기에는 2.8% 성장이 예측된다. 수출은 특정 업종이 주도하는 문제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견실하다. 그러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둔화되고, 소비가 진작되다 다시 주춤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인해 부진했던 해외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상품수출 성장률은 4.0%를 전망한다.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지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때문에 상반기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동근 원장=상반기보다는 하반기 경제가 더 안 좋다는 판단이다. 상반기는 3.0%, 하반기에는 2.6% 성장해서 연간 2.8% 성장률을 전망한다. 최근 경기동향지수 및 경기선행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거의 정체 혹은 하락 추세다. 그나마 괜찮은 지표는 민간소비와 수출이다. 그런데 수출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거의 수출 증가가 없는 상태다. 반도체 역시 가격이 올라간 것이지 물량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효과 등으로 민간소비만 상황이 나은 편이다.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안하고 있고, 정부가 부동산 억제 규제정책만 하다보니 건설투자가 정체되거나 마이너스다. 당연히 고용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경기 흐름이 바닥은 아니지만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김동열 원장=지표상으로는 크게 어려운 점이 없어 보이지만 체감경기는 어렵다. 지난 5월 취업자 수가 7만2000명 증가해 8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을 기록했는데,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자영업 구조조정도 체감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경기를 많이들 우려하고 있다.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을 0% 또는 마이너스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래도 올해 건설투자가 1%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권태신 원장=소비는 정부 추가경정예산이나 일자리정책으로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반도체 투자나 설비 투자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 건설 투자도 감소세다. 더 중요한 건 기업들의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많은 기업 경영자들을 만날 때마다 대부분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부의 노동정책이 기업을 옥죄는 식으로 나온다고 토로한다.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투자 마인드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그랬듯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반도체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2014년 대비 13대 주력 수출품목을 보면 9개의 2014년 대비 수출액이 17.2% 감소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인해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 수출 모두 어렵다. 전반적으로 경기침체의 시작으로 본다.

▲이재영 원장=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렇게 잘되리라 기대를 못했다. 향후 한반도 경제통합권이라는 개념이 새로 제시되고, 북·미 관계 정상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으로 올 수 있다는 점도 심리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이다. 특히 그동안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우려가 많았는데 일시에 극복될 수 있다. 견조한 민간소비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올 가능성도 있다. 서비스 분야도 성장할 수 있다. 여러가지 부정적 전망이 반전될 수 있다. 경제심리적 측면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수출도 앞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수요가 증대하기 때문에 당분간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권태신 원장=지난 2010년 한국과 일본 모두 외국인 관광객이 900만명 아래였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300만명이었고, 일본은 2900만명으로 훨씬 늘어났다. 우리나라 관광환경이 얼마나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다. 또 지난 10년간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1000억달러인 반면 해외로 나간 돈은 310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우리 연구원에서 외국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한국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정책 때문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보다 신중하게 경기하방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분배지표가 악화되면서 문재인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론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경제 1년을 평가한다면.

▲이동근 원장=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크게 3가지다. 부문별로 공정경제가 그나마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을 통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겠다는 뜻은 좋은데 시장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고용은 축소되는 문제가 있으니 보완할 필요가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인데 점진적·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혁신성장은 결국은 규제완화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역대 어느 정부도 규제완화를 하지 않은 정부는 없다. 다만 거의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규제완화는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법률로 개정돼야 하는데 정치적 이슈, 기득권의 반대 등에 막혔다. 공정경제는 하반기에는 상법이나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서 국제기준법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 가능성을 우려한다. 전반적으로 약간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김동열 원장=길게 보면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대다수 선진국은 근로시간이 짧고 급여는 높고, 일과 삶의 균형이 잘 잡혀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으로 생각한다. 혁신성장은 제도적 측면에서 규제개혁이 전혀 안 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법도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전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에서 뒤처져 있다. 디지털화된 제조업, 신제조업에서의 투자, 대대적인 국가 차원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최정표 원장=사실 현 정부는 정상적으로 정권이 교체된 것이 아니다. 탄핵 이후 인수위원회도 없이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그것치고는 상당히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고 본다. 다만 미시정책에 있어서는 구조조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조선업, 자동차 등의 업종에서 신속히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은 굉장히 용기 있는 정책이다. 선진국처럼 국민소득이 3만달러 정도 가려면 어차피 가야 할 방향이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려면 일시적 부작용은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세밀한 보완책을 마련해서 극복하면 된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삶의 질을 높이고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화하는 것은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다.

▲이재영 원장=대외금융안전망도 잘 갖춰져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 논란 속에서도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 재연장에 성공했다. 특히 통상정책은 큰 성과를 거뒀다. 정부 출범 초기 미국의 통상압력이 심했다. 중국의 사드보복 등 대외 위험요인도 많았는데 잘 대응했다. 지난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대한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 중국과의 관계는 사드갈등 이후에도 어려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하며 한·중 FTA 서비스 투자후속 협상도 3월에 개시했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김동열 원장=생산인구 감소,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분배지표 악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 추세 속에서 한국 경제도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는 급격히 최저임금이 올라갔기 때문에 충격이 좀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시간을 두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동근 원장=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고용과 분배지표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 2016년부터 계속 그래왔다. 문제는 뒤집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공약은 상황에 따라 당연히 변경과 수정이 가능하다. 현재 시장에서 너무 인상 폭이 빠르다는 얘기가 있다 보니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 임기 5년 내 1만원을 달성하면 정부의 공약이나 정책방향과 크게 다른 게 없는데 굳이 빠르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리=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