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Change]

"규제개혁은 속도 내고,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조절 필요"

하반기 경제전망 좌담회.. 올 하반기 경제·정책 진단
이동근 원장 "정부 경제정책 대체로 성공적 가로막힌 규제 완화는 아쉬워"
김동렬 원장 "좋은 취지 정책도 집행과정서 문제 검토 거듭해 디테일 속 악마 잡아야"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5대 경제연구원장 초청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 및 정책진단' 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진행된 좌담회에 앞서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최정표 KDI 원장, 김주현 파이낸셜뉴스 사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왼쪽부터)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재정과 정책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와 일자리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인구구조를 꼽고 있지만 일자리가 늘지 않는 원인과 정부의 일자리 정책 및 일자리 추경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권태신 원장=완전히 대외개방된 우리 경제 입장에서 볼 때 임금이 생산성보다 지나치게 오르면 결국 우리 물건이 안 팔리게 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0.28%였는데 연평균 임금 증가율은 3.6%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노조가 가장 센 편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IMF도 매년 얘기하는 것이 한국이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득만 강제로 올리고 있다. 결국 개방된 사회, 세계화된 사회에서는 기업의 비용이 오르면 우리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이 약해져서 우리 국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소득주도를 인위적으로 한다는 건 마차가 말을 끄는 것과 같다. 기업 생산성이 올라가고 경제가 성장해서 임금이 올라가야 하는데 반대로 봉급을 올려서 경제를 성장하게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대외무역의존도는 70%가 넘어 세계경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기업비용 상승에 따른 생산성 증가와 노동시장 유연화는 전혀 없다. 또 대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규제개혁도 없다. 규제개혁 없이 고비용 구조만 계속하면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고 소득 하위계층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뒷받침되지 않고 단순히 선진국처럼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최저임금을 올려서 선진국이 된다면 왜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들이 있겠나. 선진국처럼 생산성·경쟁력이 있으면 임금은 저절로 따라간다.

▲최정표 원장=결국은 소득주도성장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다. 경제가 돌아가는 건 기업투자와 가계소비다. 과거 우리는 기업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많이 써왔다. 실제 이명박정부 시절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워 법인세를 인하하고 규제도 푸는 등 여러 혜택을 줬다. 그런데 전혀 투자 효과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 불가피하게 쓸 수 있는 정책은 소비를 진작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건 누구나 이론적으로 아는 것이다. 방법론의 문제다. 핵심은 소득재분배다. 소득도 올려야 하고 복지도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정책적으로 시행하지 못했다. 입법도 안되고 저항이 워낙 강하다. 최저임금 인상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오도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니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소한 이 정도 시간당 소득은 돼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차원의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조세개혁을 수반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와 소득재분배 정책이 획기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이재영 원장=세계적 화두가 포용성장이다. 빈부격차가 심하면 성장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대체적인 실증 분석이다. 최저임금은 소득주도성장의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시절 경기부양책을 통해서 2009~2013년 64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했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부양정책을 해야 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소득주도성장이 나왔다.

▲김동열 원장=하반기에는 일자리가 기저효과 때문에 조금 좋아지는 측면이 있을 것 같다.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고용유연성을 높이려면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업급여의 지급기간이 최대 8개월이고, 이마저도 2014년 기준 월급의 43% 수준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북유럽처럼 24개월 통상임금 90% 수준으로 바로 갈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고용에서의 사회안전망이 보완된 후 고용유연성을 이야기하는 게 맞다.

▲이동근 원장=정부 재정을 통해 공공일자리가 늘어날 수는 있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은데 기업들 입장에선 당연히 투자를 해서 돈을 벌길 원할 것이다. 왜 국내에서 투자를 안하고 해외로 나가겠나. 국내보다 해외투자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로 현지에서 생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해외에 투자를 해야하는 데다 국내 투자 여건은 안 좋은 것이다.

―군산, 울산, 통영 등 과거 제조업 중심 부자 도시들이 최근 고용위기지역 등으로 지정되면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지역산업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다. 주력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동열 원장=미국은 오바마 정부에서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을 펼쳤다. 핵심은 인건비가 아니다. 인건비를 커버할 정도의 첨단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오히려 제조업 부가가치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공 사례다. 우리나라는 전통 제조업에서의 디지털화나 첨단제조업화가 늦다. 반도체를 제외한 전통제조업에서 돈버는 대기업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위기의식이 만연하다.

▲최정표 원장=대부분의 산업은 사이클이 있다. 세계 수요의 변화에 따라 피크를 찍으면 하향 국면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대처할 수 있다. 우리의 조선업, 자동차 산업 등은 이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것이 대책일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인공지능(AI)산업, 4차 산업혁명, 서비스산업 등 새 산업을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다.

▲권태신 원장=우리 주력산업이 거의 사양산업이란 지적이 나오는데 일본, 독일 등은 전통제조업에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 등을 접목해 최첨단화하고 있다. 바이오나 AI 등 새로운 산업으로 가는 방향도 있지만 결국은 주력인 제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조업 선진화를 해야 하는 것이지 제조업 자체를 포기해선 안된다.

▲최정표 원장=우리 주력산업 대부분이 대기업과 재벌기업이다. 재벌기업은 스스로 자생력이 있다. 정부에서 지원해서 주력 업종의 대기업을 키운다는 건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스스로 구조조정해서 경쟁력을 갖추고 첨단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이동근 원장=우리나라 제조업 비중은 GDP의 거의 3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지수가 독일, 일본, 그다음이 중국이다. 전체적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비스업 위주 정책으로 갈 필요가 있다.

▲이재영 원장=중소기업, 중견기업의 국제화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앞으로 북방 유라시아시장 개척뿐만 아니라 북한이 개발될 경우 신북방협력기금 등 펀드 조성도 할 방안이다. 정부가 기업의 해외진출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100곳이 해외에 나가 10곳만 성공해도 대단한 것 아니냐.

▲김동열 원장=중소·중견기업의 개방형 혁신을 이끌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최정표 원장=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 기술이 탄탄하고, 대기업도 잘되면서 호혜적 관계가 형성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홀대하며 대기업만 너무 앞서가는 형태가 된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다. 경제 전체에 뿌리가 탄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평가와 혁신성장의 결과물이 빠르게 도출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최정표 원장=혁신성장은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하나는 총생산성을 올리는 것이다. 기업과 경제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져서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산업의 활성화다.

▲이동근 원장=혁신성장은 결국 기술이나 인력 쪽에 개선을 통해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혁신성장 걸림돌이 규제다. 중국보다 우리가 규제가 더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산업의 경우엔 더 그렇다. 예산 나눠먹기식 R&D도 문제다.

▲이재영 원장=글로벌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요 20개국(G20) 등 선진국 또는 최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나 혁신이 잘되고 있는 국가들이 대상이다.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다 보면 글로벌 스탠더드도 도입할 수 있다. 독일과 일본 등 외국은 기업이 협업을 통해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산·관·학 간 또는 민관 협력기구(플랫폼)를 설치해 잘 활용하고 있다. 정부가 단기간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정부, 기업, 연구기관들이 모두 모여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혁신에 대해 논의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권태신 원장=미국 코넬대와 프랑스의 유럽경영대학원(INSEAD)이 공동 개발한 세계혁신지수 분석방식을 우리나라에 적용해서 한경연이 분석해봤다. 드론, AI 등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12개 부문에서 한국 기술수준이 100일 때 중국은 108, 미국은 130으로 나타났다. 향후 5년 뒤에는 이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렇게 큰 격차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보다 규제가 너무 많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제언한다면.

▲이동근 원장=경제성장률 수치는 나쁘지 않지만 인구감소로 노동력 자체가 부족하다. 여성 경제활동을 높이고 고령자 정년연장도 해야 한다. 적극적인 이민정책도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 민간에서 투자나 고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줘야 한다. 기초기술 또는 원천기술에 대한 R&D 지원 확대가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추경도 복지에 과다하게 집중하기보다 사회간접자본(SOC) 또는 서비스 등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쪽에 투입해야 한다.

▲이재영 원장=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보호무역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에 단기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지금까지는 대외 경제통상정책이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큰 틀에서 적극적이고 과감한 경제통상정책이 필요하다. 신남방, 신북방, 한반도 신경제구상 등도 유기적으로 잘 연결시켜 우리 경제를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을 경우 중국과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권태신 원장=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저출산과 고령화,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국가 및 기업 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생산성 혁신을 해야 한다. 최근 대기업 패싱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기업에 대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비해 부당하게 규제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경쟁사 애플의 시총 3분의 1밖에 안되고 현대차가 도요타 시가총액의 5분의 1밖에 안되는 어려운 회사들인데 한국에서 크다고 해서 외국에 없는 규제를 하게 되면 결국은 일자리를 없애게 된다.

▲최정표 원장=우리 경제 글로벌 스탠더드가 참 중요한 이슈다. 핵심적인 것은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 핵심적인 것이 기업구조와 산업구조 개혁이다. 결국 자본주의경제에서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 스스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예전하고 전혀 달라졌다. 세습경영으로 창업자 시대와 다 달라졌다. 대기업들의 내부구조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김동열 원장=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고 할지라도 실제로 정책 집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세밀하게 시뮬레이션해 봐야 한다. 정책의 공급자 입장이 아닌 수혜자 입장에서 역지사지 정신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리=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