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KAI 대주주 수은의 몸사리기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7:23

수정 2018.06.22 08:59

[기자수첩] KAI 대주주 수은의 몸사리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 무궁화신탁 사외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22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가 불거진 이후다. 하지만 자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주주(26.41%)로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 '금융권 4대천왕'으로 불릴 정도로 실세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이 전 회장은 카이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회사를 감시하는 막중한 직책이다. 카이의 감사위원회 규정 제10조는 감사위원 중 1인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 전 회장은 사외이사 가운데 유일한 회계·재무전문가다.

이 전 회장의 해임은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주주인 수은은 개입을 꺼리고 있다. 카이의 중요성과 문재인 정부의 적폐 기조를 고려하지 않은 '몸사리기'라는 지적이다. 김조원 카이 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주총회를 통해 해임하지 않는 이상 언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수은은 카이의 방산비리가 불거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관리단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이사회에 이사도 파견하지 않는다. 지난 15일 올해 첫 출자회사관리위원회를 열고, 카이를 관리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전부다. 위원들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에 불과하다. 위원회의 결정을 수은이 참조해 결정하지만 정보가 한정적인 만큼 위원들이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위원들을 내세우고, 문제가 불거지고 나면 정작 수은의 경영진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은 고위관계자는 "김 사장이 새로 와서 정상적으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관리단 파견은 시장에 '수은이 경영에 간섭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해명한다. 주주권 행사의 소극적 적용이다.

앞서 수은은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관리부실로 홍역을 치른 것을 목격했다. 그런 만큼 민간 위원회를 내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주주권 행사로 인한 책임에서 도망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문제가 불거진 사외이사를 현직에 앉혀두고도 수수방관하는 직무유기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 하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주는 주주의 권리행사를 해야 한다.
주주 대리인으로만 몸을 사리는 행보는 옳지 않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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