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경고등 켜진 서민경제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7:28

수정 2018.06.21 17:28

[데스크 칼럼] 경고등 켜진 서민경제

서민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쌀, 무, 감자 가격이 1년 사이에 두자릿수 인상률을 보이며 밥상물가는 비상이다. 쌀값은 전년 대비 무려 30% 가까이 올랐다. 6·13 지방선거 이후 생필품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벌써 우유값 인상이 검토되고 있다. 낙농업자들은 지난해 동결된 만큼 올해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 매일유업, 서울우유 등 주요 유가공 업체들은 인상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우유값 인상은 분유값 인상 등으로 연계될 수 있어 엄마들은 불안하다. 3년째 동결 중인 밀가루값 인상을 두고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사조동아원 등은 눈치만 살피고 있다.

비즈니스맨들의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다. 직장인들의 섬인 여의도 식당가들은 단골손님 잡기에 혈안이다. 여의도 사무실들의 공실률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4분기 여의도권역의 오피스시장 공실률은 20.6%로 나타났다. 지난해 4·4분기의 14.7%에 비하면 5.9%포인트의 공실률 급증을 보였다. 직장인 손님들이 줄면서 식당 간 경쟁이 심해졌다. 계란부침 같은 밑반찬 추가서비스로 단골 잡기에 나서고 있다.

미래가 불안한 중산층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 총저축률은 36.3%로 1998년(38.0%)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가계의 저축률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내수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씀씀이를 최대한 줄이고 있는 탓이다.

반면 최고 상류층 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 최악의 소비침체에도 백화점에서 한 해 많게는 1억원 이상 쓰는 '큰손'이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전체 고객 중 VIP는 3.0%에 불과한 반면 매출 비중은 40.0%에 달했다. 롯데백화점에선 VIP 고객 매출 비중이 2015년 22.0%, 2016년 22.8%, 2017년 24.0%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현대백화점의 VIP 매출 비중도 20.0%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양극화되는 국민경제에 대한 정부 근심도 크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저성장·양극화 극복을 위해 세율 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세율 조정이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갑을 닫은 중산층의 소비를 촉진시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해답은 중산층 소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산층들은 소비할 여윳돈이 부족하다. 부모들은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이 18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중·고생 10명 중 7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고 있지만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교육 비만'이 아이들과 가계소비를 옥죄는 요소가 되고 있다. 중산층의 건전소비를 늘릴 각 부처의 다각적인 총력전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추구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서민경제 안정화부터 시작돼야 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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