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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쪽에 그친 블록체인 육성책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1 17:28

수정 2018.06.21 17:28

암호화폐는 쏙 빠트려.. 싱가포르서 ICO 배우길
정부가 21일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고 일컫는 블록체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이번 정부 대책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런데 관련업계는 반쪽 육성책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어 우려스럽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현재 미국 대비 76.4% 수준인 블록체인 기술력을 2022년까지 9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2020년까지 2300억원을 투입해 1만명의 전문인력과 100개의 블록체인 전문기업을 육성키로 했다.

하지만 이날 육성책에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인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암호화폐는 여전히 규제대상이라는 정부의 태도를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이날 정부 발표에서도 보듯이 우리의 블록체인 기술력은 글로벌 수준에서 뒤처져 있다. 과기정통부 발표대로 몇 년간 수천억원을 투자해도 미국의 90% 수준이다. 그것도 계획대로 됐을 때 나오는 결과다. 블록체인의 기술력 증강에 꼭 필요한 대중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블록체인 기술 향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싱가포르가 어떻게 암호화폐공개(ICO)의 메카가 됐는지 우리 당국자들이 눈으로 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싱가포르에서 ICO를 한 국내 대표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현지 컨설팅을 받는 비용만 최소 2억~3억원은 필요하고, 싱가포르 법에 따라 세금을 또 따로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ICO를 허용한다면 굳이 수억원의 돈을 싱가포르에 낼 필요가 없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는데, 그것을 못하게 하는 한국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코인레일에 이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빗썸에서도 해킹이 발생해 암호화폐 350억원어치가 도난 당했다. 잇단 해킹 사고에 투자자들은 불안하고 불신이 커지고 있다. 규제를 하려는 정부 입장에서는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일찍 암호화폐시장을 제도권으로 흡수해 보안기술을 강화토록 하고 부실 거래소를 퇴출시켰다면 피해규모를 줄이거나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형사고가 사라진 것은 제도권 안에서 철저히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법을 통해 제도권으로 흡수한다면 자금세탁방지 등 거래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은행 수준으로 관리감독한다면 시장도 건전해지고 블록체인 기술도 향상된다.
그것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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