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일감부족’ 현대重 해양사업 잠정 중단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2 17:53

수정 2018.06.22 17:53

기술은 한국이 앞서지만 중국 저가 공세에 떠밀려
7월 끝으로 작업물량 전무.. 5600여 직원 일터 옮길판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작업장에서 해양 구조물이 건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작업장에서 해양 구조물이 건조되고 있다.

일감 절벽으로 조선소 야드(조선소 작업장)를 텅비우는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현대중공업이 오는 7월을 끝으로 더 이상 만들어야 할 해양플랜트가 없어, 해양사업부 가동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조선시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신규 수주가 수주 잔고 감소를 따라가지 못하면 다른 조선소들도 개점휴업 상태가 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22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에서 "7월말 나스르 프로젝트의 마지막 모듈이 출항하면 해양야드에서는 더 이상 작업할 일이 없다"며 "해양야드는 일감이 확보될 때까지 가동을 중단하고, 조직은 통폐합 절차를 밟게 된다"고 밝혔다.


■고정비 못줄이면 경쟁력 없다

강 사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 때문에 현재의 고정비로는 발주 물량이 나와도 수주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의 고정비로는 3분의1 수준 인건비로 공격해오는 중국, 싱가포르 업체를 이길 방법이 없다"며 "희생을 감수하며 입찰에 참여했지만, 발주처는 우리가 아닌 제작비가 싼 중국업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해양 사업부가 중단되면 2600여명의 정규직과 사내 협력사 직원 3000여명이 다른 계열사로 옮기거나 사업부를 이동해야 한다. 회사측은 이미 한차례 설명회를 열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쪽에 일감이 떨어지만 다른 분야로 이동하는게 가능했지만, 현재 다른 쪽에서도 점점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황 회복되도, 한국 업체 어려워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를 수주한 뒤로 4년여째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가 없다.

이는 조선 3사가 모두 같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4년 해양 원유생산 설비 수주를 따낸 것이 마지막이며, 삼성중공업은 작년 6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설비를 끝으로 신규 수주가 없다.

해양플랜트는 조선업체가 수주하는 프로젝트중 가장 비싸다. 현재 선박중에 가장 고가인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2000억원 정도인데 비해, 해양플랜트는 제일 싼 부유식원유저장설비(FPSO)도 1조원이 넘는다.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들은 간간히 나오는 프로젝트때 마다 저가 공세로 한국 조선사들을 압박중이다. 지난해 발주된 FPSO 입찰에서 싱가포르 업체가 국내 조선사 보다 1억달러 이상 싼 값을 제시해 수주에 성공했다.
발주처들이 한국이 기술적으로 우월하다는건 인정하지만 결국 가격 때문에 돌아서는 경우가 태반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수준까지 상승하자 해양플랜트 발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한국 조선사들이 수혜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유전개발에 공격적인 지분투자로 플래트 수주전에서 힘을 발휘하고, 싱가포르는 기술력에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면서,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을 고용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며 "한국 조선소들은 안정성과 기술력의 우위를 어필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경쟁 수단이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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