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정규직 전환 비극'.. DGIST 비정규 연구원 140명 실업자 전락 위기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4 13:36

수정 2018.06.25 13:09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기술원의 정규직 전환 선정에 항의해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기술원의 정규직 전환 선정에 항의해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 중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정규직 전환자 선정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된 140명의 연구원은 정규직 선정 기준에 불합리성을 주장하면서 단체행동 등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DGIST은 한정된 예산 범위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전환' 기준에 생긴 갈등
24일 DGIST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비정규직 연구직 194명 중 54명과 비정규직 행정기술직 117명 중 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비정규직 연구원들은 "DGIST가 정부 요구에 맞춰 행정 편의적인 결정을 했다"면서 정규직 전환 선정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갈등은 지난 5월 31일 DGIST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의 설명회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위원회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지난해 7월 20일을 기점으로 '기본사업'에 고용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기준에는 연구원들의 사업 유형이 포함됐다.

DGIST의 사업은 기본사업과 수탁사업으로 나뉜다. 기본사업은 정부가 DGIST를 선정해 수행하는 기관 고유의 업무다. 수탁사업은 정부 입찰이나 민간 영역에서 사업을 따오는 방식이다.

DGIST는 이들 사업 중 수탁사업의 경우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상시지속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시지속업무' 판단기준을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 여부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되는 업무인지 등을 판단해 정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수탁사업에 속한 연구원 140명은 정규직 전환에 포함되지 않았다.

■계약서상 '기본사업' 게재되면 정규직?
이와 관련, 정규직 전환에 배제된 연구원들은 DGIST가 제시한 기준이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실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연구원들은 업무 성격에 상관없이 보통 3~4가지 사업을 동시에 수행한다. 연구원들의 급여도 사업 참여율에 따라 지급된다. 그러나 DGIST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무작위로 하나의 사업만 기재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A연구원은 "계약 과정에서 기술원은 하나의 사업만 적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통보했다"며 "많은 연구직이 자신이 따온 수탁사업을 계약서에 적어 낭패를 보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계약서에 명시된 사업의 성격에 따라 정규직 전환 여부가 정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본사업 참여율이 40%, 수탁사업의 참여율이 60%인 B연구원은 고용계약서에는 기본사업으로 게재돼 정규직 전환 대상자이다. C연구원의 경우 기본사업 참여 비중이 75%인데도 불구, 계약서에 수탁사업이 명시됐다는 이유로 전환 대상자에서 배제됐다고 DGIST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상화 촉구 모임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탁사업이 상시지속 업무가 아니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모든 연구원 사정 파악할 수 없어"
앞서 DGIST 전환심의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총 15차례의 노·사·정 대표를 포함해 의견을 수렴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비정규직 연구원들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조에는 비정규직 연구직이 없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2018년 기술원의 노동조합은 직원 420명 중 정규직 36명이며 이중 무기계약직(행정직)은 13명만 속해있다.

비정규직 연구직들은 기간제법에 영향을 받지 않아 매년 계약을 갱신했지만 정규직 전환 발표이후에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DGIST를 떠나야 한다.

이에 DGIST 측은 한정된 예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제한적이라고 항변했다. DGIST 한 관계자는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한정적인 재원으로 모두를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동시에 몇 가지 사업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등의 모든 상황을 알 수 없었다"며 "수탁사업을 들고 온 연구원들은 차후 정책이 바뀌고 재원이 생기면 새롭게 정규직 전환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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