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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노동시장 변화' 주 52시 근무] 워라밸도 좋지만 생산-임금감소 등 부작용 우려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4 16:56

수정 2018.06.25 10:56

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지난 2004년 '주 5일 근무제' 도입 후 한국 사회는 또 한차례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겪게 됐다. 정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1주일도 남지 않은 현장에서는 변화된 근무제에 대한 정부의 모호한 가이드라인 등으로 기업과 노조간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등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탄력적 시간근로제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 증가를 동시에 호소하고 있다.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 사업장은 2020년 시행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준비 부족 등으로 불안감은 오히려 더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 이후 중소기업들은 생산량이 20.3% 줄어든다.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기업당 평균 6.1명이 더 필요하다. 노동자도 노동시간 단축이 마냥 달가운 것은 아니다. 노동 시간 축소로 줄어드는 소득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일부 노동자의 실질 임금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을 굶는 삶"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

정부와 여당의 뒤늦은 대처가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와 여당은 오는 7월 시행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과 관련해 계도 기간을 최장 6개월간 부여키로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제안을 정부 여당이 받아들인 것이다. 기업들은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지만 "정부 내에서도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는 이낙연 총리의 언급이 알려지면서 '정부도 준비 부족을 알면서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펼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연착륙되려면 정부도 기업만 독려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현실과 최근 노동시장 추세를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로 뒷받침 해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단순히 고용 규모 기준으로 단축 시기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업종별, 직군별 등 생태계를 분석해 노동자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정교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탄력적 시간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관심가질만 하다. 현행법상 탄력적 시간근로제는 3개월 이하 기간에만 운영할 수 있다.
이를 6개월로만 늘려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업들도 많다. 고용부는 현재 기업들의 탄력적 근로제의 도입률이 3.4%에 그치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효과를 판단해 기간을 늘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석유 화학 철강업의 대정비나 보수작업, 방송 영화 제작업 등의 인력 대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근로 총량이 정해져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기업이 불가피하게 주당 52시간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위한 예외적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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