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운전 허용된 날 사우디 여성들 차몰고 길거리로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4 15:48

수정 2018.06.25 11:20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온 것을 24일 자정(현지시간)부터 폐지했다.

AP통신과 BBC등 외신들은 이날 거리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며 중동 이슬람국가 중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에서 이날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운전이 여성들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고 성희롱에도 노출된다며 그동안 금지해왔다.

따라서 여성들은 가족들이 직접 고용한 개인 운전수가 운전하는 차량을 이용해 외출해야 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수년동안 사우디 여성들의 운전 허용을 요구해왔다.

지난 1990년에는 운전 허용을 요구하며 금지에도 불구하고 운전하던 여성 운동가들이 직장을 잃고 해외 여행이 금지 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현재도 최소 여성 8명이 운전 허용 요구 운동과 관련돼 장기 복역 선고를 받을 처지에 있다며 사우디의 개혁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운전 자유화를 앞두고 사우디 정부는 여성 운전자에게 심한 성희롱을 할 경우 징역 5년형을 선고받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사회 개혁과 개방,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하면서 여성의 운전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많은 사우디 국민들은 운전 늦은감이 있지만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도 운전면허증 소지 여성이 많지 않은데다가 주요 도시에서 운전 교육을 받으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비싼데다가 여성 전용 시험장도 불과 3개월전에야 생겨 운전자수는 당장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미 운전수를 고용하고 있는 여성들은 아직 서둘러서 직접 운전할 생각이 없으며 이번 개방 후 남성 운전자들의 반응을 지켜본뒤 운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여성들도 많다고 AP는 전했다.


BBC는 운전 허용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여성들이 여전히 여행이나 결혼, 이혼이 자유롭지 못하며 복역 후 석방도 남자 친척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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