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키오스크 매장 열풍… 사회적 약자 배려는 없네

조재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4 16:49

수정 2018.06.25 10:54

기술진화 발맞춰 인프라 사각지대 해소해야
한 시민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단말기로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한 시민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단말기로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매장 직원의 손을 거치지 않고 주문과 결제가 이뤄지는 무인단말기(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매장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키오스크 열풍에 시각장애인이나 노인등 정보약자들을 위한 배려는 오히려 줄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패스트푸드점, 은행, 지하철, 철도, 공항, 영화관 등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무인단말기를 발견할 수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2014년 2대 설치를 시작으로 지난해 무인단말기 640대를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다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도 무인단말기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 지하철과 철도, 은행에서 무인단말기를 만나는 건 이미 일상이 됐다.

2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영화관을 찾았다. 이곳에 설치된 무인단말기는 결제 및 티켓 수령 부분은 비교적 아래쪽에 있었다. 하지만 터치 방식으로 이뤄지는 작동부는 성인 남녀의 시선 높이와 유사해 휠체어 이용자가 사용하기에 높았다.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물리적 키패드나 점자도 없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주요 패스트푸드점도 마찬가지였다. 결제와 영수증 수령은 기기 하단부에서 이뤄지지만 메뉴는 높은 위치까지 손을 뻗어야만 고를 수 있다. 한 패스트푸드점은 주문을 하려면 터치스크린의 가장 높은 부분에서 시작해야 했다.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20대 대학생 A씨는 "자연스럽게 쓰고 있어서 솔직히 (장애인이 불편할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30대 자영업자 B씨는 "변화가 너무 빨라서 장애인을 고려하지 못한 채 키오스크를 개발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인단말기가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무인단말기에만 국한되는 문제도 아니다. 때문에 '장애인 배려'에 대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일부에서 "소수 때문에 다수가 불편해지는 건 역차별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을 고려해 설계하는 것과 이런 고민이 전혀 없는 설계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역차별'이라는 일부 시선에 대해 '비장애인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고등학생 C씨는 "표현은 역차별이지만 '장애인은 당연히 불편을 감수하라'는 뉘앙스로 들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50대 직장인 D씨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처럼 후천적 장애를 겪는 사람도 많은데 사람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무인단말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건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사람'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20대 남성 E씨는 "개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겠지만 진작 논의돼야 했던 부분"이라며 "매장마다 무인단말기가 여러 대 설치되는데 1대 정도라도 장애인 전용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용 기기 보다는 무인단말기를 장애인 겸용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30대 여성 F씨는 "은행 ATM 기기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장애인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며 "무인단말기가 빠르게 발전, 확산되고 있어 장애인·비장애인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술의 변화가 빠른 만큼 '인프라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