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민해야 할 것은

최근 급변하는 우리 사회를 지켜보면서 리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사회에서 '리더의 덕목'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사회적 가치에 따라 바뀔 수는 있지만 근간이야 큰 틀을 벗어나겠는가.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최고 지도자론을 '제왕학'이라고 했다. 근대 들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대통령학이 '제왕학'을 대체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명칭이야 어떻든 이들 학문에서 리더로서 갖춰야 할 공통적인 덕목이 있다. 첫째는 건강이고, 둘째는 조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여기에 호소력 짙은 설득력이 수반된다. 설득력을 발휘하려면 내면의 성실함과 외적인 신뢰감이 필수요건이고, 이들 3가지 요소 외에도 도덕적 일관성이 강조된다는 데 이론이 없다. 또 조직의 특성과 업무, 가치 등에 따라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다양하게 제시된다.

설득력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핵심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훌륭한 비전을 제시해도 그것을 공동체 내지 조직의 구성원을 설득할 수 없다면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더러는 구성원 간의 갈등만 조장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입법·사법·행정부가 병립하는 3권 분립 국가로, 3부 요인이 각 조직의 리더로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3부 요인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우거나 합리적인 설득의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어간다.

최근 3부 요인 가운데 1명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행보가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발단은 법원행정처 특별조사단의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김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이다. 특별조사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 거래 의혹 등에 대해 형사적인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조사단 발표 하루 만에 검찰 고발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특별조사단 의견을 사실상 번복했고, 이후 극심한 사법부 내홍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법부 리더 스스로가 사법부 불신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내부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결국 김 대법원장이 고발 대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최종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태는 봉합된 듯하지만 김 대법원장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에 이은 재판의 결론까지 이미 예상되는 상황이 조성됐다는 힐난마저 나온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소 및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수사 결과에 따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나 업무방해 혐의를 양승태 사법부에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주장했거나 신중론을 제기한 판사들로 재판부가 구성되고 그렇다면 재판부 성향에 따라 결과를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대법관들은 '재판 거래는 있을 수 없다'는 반박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상태이고, 사법부 내홍에 입장을 표명한 신임 대법관들이 만약 임명된다면 상고심마저 선고 결과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다는 주장이다. 검찰 수사 결과 및 기소 이후 진행되는 사법처리 절차가 출발부터 불신을 안고 있다고 우려되는 대목이다. 독립성과 공정성이 최고 덕목인 사법부가 이래저래 여론의 도마에 오르게 된 지금의 상황, 김 대법원장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pio@fnnews.com 박인옥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