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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하루 100만배럴 원유 더 풀 것"… 유가 상승세 꺾일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4 17:07

수정 2018.06.25 10:10

OPEC·러시아, 증산 합의
전문가, 사우디 일일 증산량 산유국 총 증산여력 70%추산.. 시장반응 냉담, 유가 소폭올라
사우디 "하루 100만배럴 원유 더 풀 것"… 유가 상승세 꺾일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들이 증산을 결정했다. OPEC 결정 뒤에도 증산규모가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으로 유가가 뛰자 이튿날 러시아 등과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다짐해 시장 다독이기에 나섰다.

증산 결정문에는 증산 규모가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사우디는 다음달부터 하루 100만배럴을 시장에 더 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산 결정은 이란 경제제재, 베네수엘라 등의 석유생산 차질 등과 함께 OPEC과 러시아 등의 증산 여력이 빠듯해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유가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사우디의 강력한 메시지

2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과 10개 산유국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어 사우디와 러시아의 주도로 증산을 결정했다.

22일 OPEC이 증산을 결정했고, 23일 러시아 등이 이에 동의했다.
22일 증산 결정에도 유가가 오르자 사우디는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시장이 석유를 필요로 하면 사우디가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는 게 골자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증산 성명에 빠진 증산규모와 시기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명확히 했다.

팔리 장관은 하루 100만배럴이 추가로 시장에 풀릴 것이고, 이 가운데 상당분은 사우디가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7월부터 순차적으로 증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하루 100만배럴 증산은…증산여력이 있는 나라들에 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리는 이어 시장에 적절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개별 생산쿼터보다 우선 순위라면서 쿼터가 느슨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사우디와 러시아, 사우디와 인접한 걸프 산유국들 정도가 증산여력이 있을 뿐 나머지 나라들은 추가 생산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러시아는 하루 15만~20만배럴 수준, 사우디가 나머지 대부분을 공급하고, 걸프 산유국들도 일부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란은 실제 증산규모 회의적

팔리 장관의 명확한 메시지는 22일 OPEC 회의 뒤 유가 상승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다. 회의 뒤 이란 등은 증산이 소규모에 그칠 것이란 해석을 내놔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이란은 유가 상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와 경제제재 재개에 따른 것으로 증산이 필요없다고 주장해왔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매킨지의 앤 루이스 히틀은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산유국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사우디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히틀은 "증산여력이 있는 유일한 나라는 사우디"라면서 "따라서 협상에 대한 사우디의 해석만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증산 의지가 확고하다고 해도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원유매장국인 베네수엘라가 경제난으로 산유량이 하루 85만배럴 줄어들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또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의 석유생산 차질이 하루 50만배럴 수준에 이르지만 이는 증산협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반면 OPEC과 10개 산유국들의 증산여력은 하루 342만배럴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고, 이 가운데 사우디가 하루 200만배럴을 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루 100만배럴 증산에 나서면 생산여력이 그만큼 좁아지게 되고, 시장 충격에 대응할 능력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어 공급차질 등의 요인이 시장에 큰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 한편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석유장관은 23일 CNBC에 OPEC과 10개 산유국들이 내년 생산규모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노바크 장관은 "올해 말까지 새 협정에 서명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회의 참여국들 모두가 큰 골격에 합의하고 있어 소규모 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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