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환적항 싱가포르서 입지 높이는 현대상선

지령 5000호 이벤트

"선적율 90%이상 채워 인도로.. 안전체계도 완벽 구축"


【 싱가포르·포트클랑(말레이시아)=성초롱 기자】 "올 스테이션 스텐바이" 지난 19일 오후 2시. 싱가포르항 케펠터미널에 정박된 현대상선 현대포스호에 출항 준비를 지시하는 홍태환 선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홍 선장의 지령과 함께 22명의 선원을 정해진 위치로 분주히 이동했다. 20여분 후 현대포스호는 굉음과 함께 연기를 내뿜으며 본격적인 출항을 알렸고, 30분이 더 지난 후 거대한 선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턴 출항 직전 선승한 도선사와 선장의 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홍 선장이 해심과 전방의 선박 등을 체크해 전달하면 도선사는 이에 맞춰 조타 지시를 내린다. 배가 항구에서 빠져나가 안전한 항로에 도달할때 까진 도선사의 몫이다. 도선사의 지시에 밧줄로 연결된 예인선 두 대와 브리지(조종실)의 조타수는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한 시간 가량 걸려 배가 안전한 항로에 진입하고 도선사가 하선 한 후에야 현대포스호에도 안정이 찾아왔다.

이날 오후 싱가포르를 출발한 현대포스호는 말레이시아 웨스트포트를 거쳐 인도로 향하는 인도노선(CIX)을 운항한다. 광양과 부산을 거쳐 한국을 떠난 이 선박은 중국(상해·닝보·심천)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나바셰바·문드라), 파키스탄을 돌아 홍콩을 찍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현대상선은 8540TEU(1TEU는 20피트(약 6m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매주 1척씩 총 6척을 투입해 운영 중이다.

인도노선은 최근 현대상선의 물동량 증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핵심 구간이다. 세계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상해와 세계 최대 환적항인 싱가포르를 거쳐 최근 신흥시장으로 부상한 인도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선장도 "회사가 어려웠을 때보다 최근 물동량이 늘어난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환적물량이 가장 많은 싱가포르항에서 이 구간을 운항하는 배 대다수가 최대 선적량을 채워 아동인다. 이날 현대포스호 역시 싱가포르항에서 무게 기준 90% 이상의 선적량에 달하는 물량을 채워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화물선의 선적량은 배의 바닥에서 수선까지 수직 깊이를 나타내는 흘수(Draft)에 따라 판단하는데, 현대포스호의 최대 흘수는 15m로, 10만2t 가량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

정동훈 1등 항해사는 "흘수가 14m 이상으로 내려가 무게 기준으로 거의 풀 캐파(capacity·용량)을 싣고 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일부 화물을 포트클랑에서 선하하고, 추가로 선적한 후 인도로 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42일 주기로 운항되는 현대포스의 항로 중에서도 싱가포르~포트클랑 구간은 까다로운 구간으로 꼽힌다. 항로가 좁고 수심이 낮은 데다, 출항 후 입항까지의 시간이 길지 않아 선원들의 휴식시간도 짧다. 올해 23년차 선장인 홍 선장도 "100번을 잘해도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배"라며 다음날 오전까지 이어진 운항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 같은 이유에서 현대포스호 곳곳에는 건설 현장에서나 보일 법한 '안전 제일' 문구가 붙어있다. 항해와 함께 안전을 위해 반드시 관리해야하는 부분은 배에 실리는 화물이다. 위험 화물을 따로 분류해 싣고, 화물 무게를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작업은 1등 항해사의 책임 하에 이뤄진다.

입출항 시 긴장감은 브리지 뿐 아니라 기관실에서도 이어진다. 기관실은 기관장을 포함한 기관사 5명과 기관수 3명 등 8명이 책임지고 있다. 기관실의 스텐바이(대기) 시간은 입출항 전후로 짧게는 한 시간에서 최장 여섯 시간까지 길어진다. 특히 싱가포르항과 포트클랑과 같이 항구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구간에서 기관실은 더 분주하다. 항해 중 점검이 불가능한 엔진 등 기계 전반을 기관사들이 점검하고 직접 수리하기 때문이다. 김은수 현대포스호 기관장은 "기관실의 핵심 업무는 엔진통제실(ECR)에서 이뤄진다"며 "배가 움직일 수 있도록 모든 기계를 관리하는 중앙통제실과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009년 건조돼 올해 11년차를 맞이한 현대포스호가 여전히 기량을 뽑낼 수 있는 것 역시 기관사들의 꾸준한 관리 덕이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한 안전 체계도 구축돼 있다.
전 선원이 탑승할 수 있는 구조선과 해적 출몰 시 피할 수 있는 안전 벙커도 선박 내부에 마련됐다.

과거 '속도전'을 벌였던 해운사들도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최근엔 효율성을 위한 '대형화'와 '안전'을 앞세워 영업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항 출항 후 12kn(시간당 약 22㎞)로 항해한 현대포스호는 17시간 만에 다음 기항지인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항구에 도착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