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세계가 인정한 '구미산단의 두 다윗'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4 17:30

수정 2018.06.25 09:59

 모비프렌  블루투스 헤드셋 CES서 인정
헥스하이브  세계 최초 360도 블랙박스 개발
글로벌 역량 갖추며 성장
세계가 인정한 '구미산단의 두 다윗'

【 구미(경북)=한영준 기자】 '중소기업은 기술력보다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한다. 지방 소재 중소기업은 하청만 하거나 지역 장사만 한다.'

일반인들이 중소기업, 특히 지방 중소기업 하면 떠오르는 편견이다. 이같은 편견을 기술력을 통해 당당하게 부인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성장한 모비프렌과 헥스하이브도 기술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갖는 마케팅 역량의 한계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역량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블루투스 음향기기 전문회사 모비프렌은 지난 2015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5'에서 청음회를 진행, 뛰어난 음질을 자랑했고 헥스하이브는 하나의 렌즈로 전방향을 촬영할 수 있는 사각지대 없는 360도 블랙박스를 세계 최초로 만든 기업이다.

■"세계 최고 음질 '블루투스' 만들어"

"들어보고 가세요. 들어보면 압니다. 어떤 게 더 음질이 좋은지." 지난 20일 경북 구미 모비프렌 본사에서 만난 허주원 대표는 '임시 청음회'를 강권(?)했다. 독일 유명 브랜드의 유선 이어폰, 헤드셋과 모비프렌이 만든 블루투스 이어폰, 헤드셋을 비교해 들어보란 것이다. 일정 때문에 들을 시간이 없다고 허 대표를 말렸지만, 그는 "들어보면 안다"며 음악을 켰다.

"(독일 브랜드 헤드셋을) 일부러 고장낸 거 아닌가요". 독일 유명 브랜드와 모비프렌 헤드셋을 비교하고 가장 먼저 기자가 건넨 질문이다. 비전문가인 기자가 듣더라도 모비프렌 헤드셋의 음질이 확연히 좋은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해외 글로벌 기업 제품과 국내 중소기업 제품, 그리고 유선 음향기기와 블루투스 음향기기였지만 음질은 '언더독(Underdog)의 승리'였다.

허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라 제품 퀄리티를 중시한다"라며 음질의 비결을 전했다. 그는 "처음엔 소니 블루투스 제품을 많이 참고했는데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집에 있는 오디오 시스템과 유사하게 튜닝해 봤다. 기준을 오디오로 맞추니깐 음질이 좋아지더라. 음질은 최고, 그 이상을 목표로 잡으니깐 성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02년 설립된 모비프렌은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로 시작했다. 그러나 점차 블루투스 음향기기 분야로 사업 중심축을 옮겼다.

허 대표는 "대기업에서 주문을 받는 하청 업체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스마트폰이 모바일 시장에서 중심이 되면서 스마트폰 액세서리인 블루투스 음향기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어 "휴드폰 단말기를 개발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다 갖춰져 있어서 기술 경쟁력을 갖는 데 상대적으로 수월했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초 '360도 블랙박스' 개발"

조중길 헥스하이브 대표는 다른 설명에 앞서 360도 블랙박스를 만든 계기부터 털어놨다. 조 대표는 "어린 조카가 이륜차와 사고가 나서 20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그러나 가해자가 누군지도 밝혀내지 못했다"며 "자전거 사고로 뇌수술을 하게 된 지인도 있었다. 그러나 사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해 가해자가 누군지 결국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전후좌우 전방위를 촬영토록 했다"며 "'피오르'는 시야각을 넓게 확보하면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헥스하이브는 '360도 전방위 촬영'을 염두에 두고 지난 2014년 360도 전방위 돔렌즈 카메라를 개발했다. 렌즈기술이 핵심이다. 100% 자체기술로 생산도 국내에서 한다. 이 기술을 적용해 2016년 출시한 제품이 자전거·오토바이용 블랙박스 '피오르'다.

차량용 제품은 이날 처음 생산됐고 성능 테스트를 위해 주력 시장이 될 유럽 현지로 보내졌다. 조 대표는 "차량 내부도 찍을 수 있는 360도 블랙박스는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원래 규제가 좀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택시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등에서 운전자 안전 이슈가 생기면서 규제가 풀리고 있다. 북유럽, 북미 시장부터 열리고 있어서 현지 업체들과 이야기 중이다"라고 전했다.


헥스하이브는 폐쇄회로(CC)TV와 고강도 방전등(HID lamp) 등을 만드는 회사였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낮은 가격으로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아이템을 찾았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블랙박스를 만든 것. 조 대표는 "기존 블랙박스나 액션캠 시장을 대체할 생각은 없다.
360도 블랙박스가 필요한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며 "이미 렌즈기술을 우리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쪽을 보완하며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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