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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번지는 무역전쟁] 트럼프 “유럽차 관세 20%로 인상” 엄포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4 17:31

수정 2018.06.25 10:30

美 무역전쟁 EU車로 확전
수입차 국가안보 위협 여부 이미 상무부에 조사 지시.. 보복관세 시행 EU “맞보복”
EU 자동차 관세 인상땐 美서 일자리 19만개 증발.. 독일차업계 연 52억弗 손실
[불길 번지는 무역전쟁] 트럼프 “유럽차 관세 20%로 인상” 엄포

미국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유럽연합(EU)의 자동차에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유럽연합(EU) 역시 맞보복을 경고하고 나서 글로벌 무역 분쟁은 더욱 복잡한 국면이 되고 있다.

발단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EU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폐지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20%로 인상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제조할 것을 요구하면서다. 마침 이날부터 EU는 미국의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관세에 맞서 미국산 주류와 청바지, 오토바이 같은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내 자동차 일자리도 19만개 피해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 시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백악관에서 미국과 외국 주요 자동차 업체 임원들과 가진 회동에서 수입차에 20~25% 관세를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독일의 대미 자동차 흑자를 거론하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상무부에 수입 자동차가 미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할 것을 지시한 상태며 8월 초 이전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미국은 다음달 6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산 제품 품목에 자동차도 포함시켜 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에 EU도 지난 23일 맞보복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크리 카타이넨 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수입 유럽차에 물리는 관세를 인상할 경우 EU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예외없이 EU산 자동차 관세를 올릴 경우 미국내 자동차 관련 일자리 19만5000개가 사라지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독일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미국 자동차 '빅3'의 주가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독일차업계 연간 손실액 52억달러 추정

미국의 EU산 수입차 관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유럽 중 독일 자동차 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EU로부터 자동차 126만대를 포함해 부품 등 500억달러어치를 수입했는데 이 중 절반이 주로 고급 차종인 독일산으로 수입액은 약 200억달러(약 22조원)였다.

독일차 업체들의 미국 시장 의존도도 높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세계 판매 차량의 15%를 미국에서 팔고 있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BMW 모두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BMW의 경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전체 기업 중 가장 많은 9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에버코어ISI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아른트 엘링호스트는 미국이 관세를 20%로 올릴 경우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손실이 연간 52억달러(5조78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우려를 막기 위해 독일 주요 자동차 업체 대표들은 물밑 교섭을 시도해왔다. 특히 미국과 EU가 서로 수입하는 차량에 관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제안한 상태로,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 내부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 인상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미 상공회의소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자동차 생산이 두배 증가했다며 관세는 산업 보호가 아닌 타격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무역 전쟁이 점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산 자동차 관세 인상 위협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것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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