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공연 리뷰] 제12회 DIMF의 문을 연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4 18:13

수정 2018.06.25 10:16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의 한 장면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의 한 장면
불멸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태초부터 있어왔다. 이 갈망은 인류의 발전 동력이 됐다. 인간은 노력했고 방황했다. 방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노력이 가치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생에 대한 열심은 어느 순간 욕심이 되고 그 욕심은 또 역시 열심과 다를 것이 없기에 이 미묘한 경계, 선과 악의 경계에서 인간은 혼란을 가진 채 밖에 살 수 없다. 독일 문학을 세계적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작가로 평가 받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생을 마감하기 바로 한 해 전 완성한 역작 '파우스트'는 이러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하는 작품이다.
독일에서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 왔던 젊음과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악마와 계약을 맺은 한 인간의 파멸을 담은 이 작품은 그 주제와 예술성으로 1832년 세상에 나온 이래 200년 가까이 연극과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되고 있다.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개막은 이 '파우스트'를 소재로 한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가 열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24일까지 공연되는 '메피스토'는 원작이 담고 있는 신과 악마, 인간에 대한 철학과 무게감을 조금 덜어내고 체코 스타일의 경쾌한 음악으로 풀어냈다. 배경은 중세시대 이탈리아 플로렌스 지방이다. 늙은 철학자이자 화학자로 추앙을 받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놓고 신과 악마가 내기를 거는 씬이 중간 중간 더해지는데 두 배우가 직접 노래하거나 대사를 하지 않고 오직 현대무용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마치 성경의 욥기에 나오는 신과 악마의 내기의 모습과 유사하다. 이 작품에서는 파우스트와 악마인 '메피스토'를 같은 배우가 연기한다. 노인 파우스트 역을 맡은 배우 '지리 조니가'가 젊은이의 형상을 한 메피스토역의 '대니얼 바르탁'의 유혹을 받다가 합의가 성사되면 둘의 육체가 바뀌는 모양새다. 방금 전까지 메피스토의 역할을 했던 바르탁이 다시 청년 파우스트로 분하고 노인 파우스트 역을 맡았던 조니가가 다시 메피스토로 분하는데 이들의 연기 변신은 마치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신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전세계 뮤지컬 씬에서 체코의 뮤지컬 시장은 한국의 뮤지컬 시장에 비해 아직 초년이다. 그래서인지 극의 전개가 투박한 구석이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원작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 표현해내고 싶은 욕망이 보인다. 주인공인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그리고 파우스트의 연인인 '마르그리트'의 스토리 전개를 끊는 조연들의 사이드 스토리가 담겨져 있는데 오히려 흐름을 끊는 느낌이어서 좀 더 가다듬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체코 현지에서 가장 핫한 뮤지컬로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공연이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한국의 뮤지컬 기준에서 볼 때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기존의 동유럽권 뮤지컬과는 달리 리드미컬하고 화려한 무대전환, 군무 등으로 현지에서 재작년 초연 이후 최고 흥행작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작품"이라며 "예년에 DIMF를 찾았던 수많은 작품들과 비교해 보아도 장족의 발전을 거둔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또 한편으로 주목할만한 부분은 청년 파우스트 역을 맡은 '대니얼 바르탁'이다.
그저 젊은 남자 주인공으로 넘기기엔 이 작품의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로서 기여도가 높다.

그는 이 작품뿐 아니라 체코의 수많은 드라마 테마곡을 작곡한 아티스트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의 창작뮤지컬 '바람의 나라'와 가족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 등의 작품을 작곡한 '데니악 바르탁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