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SK가 현실화 한 '상상 속 공장', 최초가 최고가 되다

세계 최초 '신개념 에너지효율화' 공장 통해 매년 400억 이상 연료비용 절감  


세계 최초 EEAC 공법을 적용한 SK이노베이션 울산 No. 3 PX(UAC)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가지 않은 길'에서 또 한번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4년 전 개념으로만 존재하던 신개념 열교환망(EEAC)을 울산 컴플렉스(Complex)내 파라자일렌(PX) 3공장에 적용했다. SK이노베이션이 갖은 난관을 이겨내고 EEAC 세계 첫 상업가동에 성공하는 쾌거를 일궈낸 것이다.

■SK, '新산유국' 역사 만들다
지난 22일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두 시간 남짓을 달려 '대한민국 에너지의 심장'으로 일컬어지는 울산에 도착했다. 세종실록지리지는 울산을 '땅이 기름지고 기후는 따뜻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특산품은 '울산배'. 배 농사를 짓던 땅은 1964년 울산정유공장 준공 이후 세계적 종합에너지·화학 컴플렉스로 변모했다.

단지의 핵심은 SK이노베이션의 SK 울산 컴플렉스다. 부지만 830만㎡(약 250만평), 서울 여의도의 3배 규모에 달한다. 울산 컴플렉스 본관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 보면, 정유·석유화학·윤활유공장 등 50여개의 단위 공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 '원유에서 섬유까지' 일괄 생산 후 75%가량을 수출한다.

지난 1964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땐 1개 정유공장에서 하루 3만5000배럴을 정유했다. 지금은 하루 84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한다. 단일공장으로서 세계 최대규모 정제능력이다.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고, 중질유고도화 공장에서 벙커C를 다시 휘발유, 경유로 재생산한다.

생산된 나프타는 석유화학공장과 윤활유 공장에서 폴리에틸렌, BTX(벤젠·톨루엔·자일렌), 윤활유로 재생산된다. 이 제품들은 울산 컴플렉스 내 8개 부두를 통해 수출된다.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이 고부가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는 신(新)산유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의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014년 세번째 PX공장을 신설하면서 세계 최초로 EEAC 공장을 만든 것. EEAC는 설비 운전 중 발생한 열을 식혀서 버리는 대신 공장 내 다른 장치나 시설에 공급해 연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기존 공장보다 몇십배는 복잡하다. 그래서 '개념 속 공장'에 불과했다.

■상상 속 공장이 현실화 되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상상 속의 공장을 현실화 하기로 했다.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지난 2011년 중국을 중심을 합성섬유 제품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수요가 급등한 PX는 나프타와의 가격차이가 톤당 최대 750달러까지 벌어졌다. 이에 일본 JX에너지와 손잡고 2011년 12월 울산에 세번째 PX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SK는 이 공장에 EEAC 적용, 원가를 절감하기로 했다. 약 1조원의 자금을 두 회사가 분담해 지은 이 공장이 지난 2014년 3월 완공됐다.

문제는 운전이었다. 수십년간 석유화학공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적잖았지만 EEAC공장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공장이었기 때문이다. 운전팀 총괄 전영기 SK종합화학 아로마틱 생산4팀장은 "2.5톤 트럭을 몰다가 보잉항공기 운전석에 올라탄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허권이 있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실전경험이 없는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전 팀장은 "책, 논문, 자료집, 유튜브까지 해머링을 해결할 방법은 모두 교과서로 삼았다"고 말했다. 해머링은 겨울철 라디에이터를 급가동하면 '땅땅땅' 소리가 나는 것처럼 유체가 배관에 충격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해머링으로 배관이 깨지면 '재난'이 발생한다. 이영수 반장은 "퇴근 후에도 공장 배관구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산업 기술에 대한 자존심도 있었다. 이 반장과 함께 일하는 조현수 선임대리는 "일본 JX에너지와 합작한 공장이기 때문에 공장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우리의 기술이 일본에 비해 뒤쳐진다는 의식도 작용했다"고 했다. 4조3교대로 운영되는 40명의 인력이 악착같이 매달려 1000여장에 달하는 백서와 작업표준을 만들어내면서 마침내 운전에 성공했다.

울산의 노하우는 SK인천 PX공장으로 이식됐다. 에너지 사용량은 16%, 운전비용은 매년 400억원 이상 줄었다.
최소한으로 운전되는 공장상황과 최악의 재무상황의 미운 오리였던 SK인천석유화학은 PX공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3966억원을 달성, '딥체인지'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 본사 관계자는 "EEAC는 화석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공장으로 '환경보호' 측면에서 석유화학산업이 나아갈 길이다. 전세계 신규 PX공장이 EEAC를 적용하려고 하고 있고 이들에게 SK이노베이션 운영팀이 만든 운영백서와 작업표준은 가장 탐내는 매뉴얼"이라고 설명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