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시티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5 17:02

수정 2018.06.25 17:02

[특별기고]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시티


"한 사람 지나가기도 어려운 미로 같은 좁은 길을 짐을 잔뜩 실은 두 마리 황소가 통과하고 있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구덩이에 끈적끈적한 구정물이 흐르는 개천에는 반쯤 옷을 벗고 오물로 더럽혀진 아이들과 개들이 쉬고 있다. 이렇듯 대도시로서, 수도로서 서울의 천박함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구한말 '한국과 주변국들'을 저술한 영국 출신 이사벨라 비숍의 1895년께 서울에 대한 묘사다.

19세기 말 비숍 여사가 경험한 서울의 흔적은 남대문이나 경복궁 등 몇몇 건물 외에는 남아 있지 않다. 구정물이 흐르던 청계천은 악취도, 가난도 찾아볼 수 없는 도심의 쉼터로 변모했다. 19세기 말 25만명이 거주하던 서울은 1000만명이 넘는 메가시티로 성장했다.


오늘날 인구 10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도시는 20개가 넘고, 21세기 중반까지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인류의 발전은 곧 도시의 발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도시화 이면에 주택난, 교통난, 질병, 실업과 범죄 그리고 인간성 상실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인류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도시문제의 해결과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접목된 개념이 바로 '스마트시티'다. 스마트시티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자율자동차, 스마트그리드 등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기술을 활용해 현대의 소비형, 환경파괴형, 외부의존형 메가시티들을 소비와 생산이 혼합된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도시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외교부는 매년 중남미지역의 고위급 인사와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한·중남미 미래협력포럼'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 한·중남미 협력'이었으며 올해는'스마트시티·도시재생분야 협력'이다. 4차 산업혁명과 도시의 발전이라는 관계를 생각하면 당연히 연결되는 주제다. 28~29일 개최되는 이번 포럼에서는 도시재생, 스마트그리드, 모바일 플랫폼 등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시티를 연결할 분야를 주제로 협력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897년 서울을 다시 방문했던 비숍 여사는 그 사이 가로등과 개천 주변환경 개선 등 변화된 서울의 모습을 보고, 2년 전 그녀가 경험했던 지역을 찾기 힘들었다고 기록했다.
4차 산업혁명의 오늘날 그 변화의 힘은 19세기 말 서울을 변화시켰던 힘보다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 변화의 힘을 남들보다 먼저 깨닫고 대비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한 국가와 사회뿐 아니라 개인과 가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절대적이다.
다음 세기 서울을 방문한 어떤 외국인이 서울의 모습을 어떻게 기록하느냐는 지금 우리 세대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허태완 외교부 중남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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