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文대통령, JP 조문 대신 무궁화장 추서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5 17:24

수정 2018.06.25 17:24

개인적으로 정치인연 없고 지지층 반대뜻도 고려한듯
25일 서울 올림픽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올림픽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별세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빈소를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

문 대통령 지지그룹 내부에서 김 전 총리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거세다는 점, 김 전 총리 생전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논란이 된 무궁화훈장(최고 훈장)은 당초 구상대로 추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춘추관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 대신 "문 대통령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유족들에게 예우를 갖춰 애도를 표하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당초엔 문 대통령이 김 전 총리 빈소를 찾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정치 이념이나 살아온 행적은 다르나 김 전 총리가 '3김(金) 정치'의 상징이자 보수의 '마지막 대부'였다는 점에서 예우 차원에서 조의를 표할 것이란 점에서다. 또 지방선거 승리 이후 보수층을 달래는 차원에서도 빈소 방문이 점쳐졌다. 문 대통령 러시아 방문 중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JP 별세에 대해 "행정안전부를 통해 (고인이) 가시는 길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를 다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3일 빈소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 대통령의 조문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의 동정에 대해 총리가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오실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전환된 건 훈장 추서를 둘러싼 논란 때문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가 '독재권력의 2인자'였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특히 과거 김 전 총리가 생전 몇 차례 문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은 문제야" "문재인 같은 얼굴이 대통령 될 수가 없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는 등 비난하는 언사를 했던 점이 부각되면서 지지층 내부에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청와대 참모진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빈소를 방문하지 않는 방향으로 건의를 했고, 문 대통령이 일정 부분 이런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2017년 1월 펴낸 대담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 김 전 총리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김 전 총리에 대해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다. 고인 물은 흐르지 않고 썩는다.
JP는 오래전 고인 물로, 옛 정치인들은 이제 원로 반열에 올라가고 후진에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적었다. 또 "JP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국무총리 빈소를 찾은 전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 역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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