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산업발전법의 이상한 발전

오은선 생활경제부
세계 유통업계의 '발전' 방향은 명확하다. 정보기술(IT)과의 융합을 통한 매장 혁신이다.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과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도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아마존은 15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미국 오프라인 신선식품 업체인 홀푸드 마켓을 인수했다. 미래형 무인매장인 아마존고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신선식품과 전자상거래, 모바일 결제, 스마트물류를 모두 결합한 신유통 매장을 열고 오프라인 시장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한번에 잡을 수 있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매장 확대는 전 세계 유통업의 흐름이다.

우리 정치권도 발전의 흐름을 읽은 것일까.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중소상인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발전이지만 한국에서 말하는 유통업 발전의 의미는 조금 다른 듯하다. 우선 이 법은 대기업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입지·영업 제한을 골자로 한다. 또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상업보호구역으로 확대 개편해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을 제한하도록 했다. 유통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며 이 법은 연내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전통시장 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2012년부터 시행 중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골목상권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신한카드 이용자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13년 18.1% 증가했던 전통시장 소비액은 2016년 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소비금액도 29.9% 증가에서 6.4% 감소로 전환됐다.


최근 홍 의원 측은 주요 백화점 대관 담당자들을 불러 백화점 월 2회 휴무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휴업이 마트, 복합쇼핑몰을 넘어 백화점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출신인 홍 의원은 세계경제 흐름을 읽는 일에 충분히 익숙해 있을 터. 세계 유통업의 발전 방향과 점점 더 거꾸로 확대 추진되는 규제정책 아래에서 그가 생각하는 한국 유통업의 '발전'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onsun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