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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싸는 할리 데이비슨..트럼프, 무역전쟁 과소평가했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6 17:20

수정 2018.06.26 17:20

NEW YORK, NY - JUNE 25: The Harley Davidson logo is displayed on the outside of the Harley-Davidson of New York City store, June 25, 2018 in New York City. The American motorcycle company announced on Monday that it will shift production of some of its bikes overseas in order to avoid retaliatory ta
NEW YORK, NY - JUNE 25: The Harley Davidson logo is displayed on the outside of the Harley-Davidson of New York City store, June 25, 2018 in New York City. The American motorcycle company announced on Monday that it will shift production of some of its bikes overseas in order to avoid retaliatory tariffs by the European Union in response to U.S. President Donald Trump's tariffs on steel and aluminum imported from the EU. Drew Angerer/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미국의 상징인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 외국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무역전쟁의 유탄을 피하기 위한 조처다.

무역전쟁으로 미국도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미 행정부는 보호주의 강화로 계속 치닫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의 기술을 훔치려는’ 모든 나라들의 기술주 투자도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2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위스컨신주에 본사가 있는 할리 데이비슨은 유럽연합(EU)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 공장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슨은 이날 규제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EU 관세에 따른) 막대한 비용 상승분을 딜러와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게 되면 유럽 지역 사업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이에 따라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생산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EU가 수출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물린데 대한 보복으로 EU는 22일부터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비롯한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할리 데이비슨이 미국에서 만들어 EU에 수출하는 모터사이클에는 관세가 6%에서 31%로 대폭 증가하게 됐다.

할리 데이비슨은 유럽 수출품을 미국에서 해외 생산시설로 옮기려면 투자 확대 등이 뒤따라야 하고, 이를 감안할 때 최소 9개월에서 18개월 뒤에나 생산 이전이 완료될 것이라면서 그동안은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용증가 규모는 올 연말까지 반년간 3000만~4500만달러, 1년 전체로는 9000만~1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됐다.

할리 데이비슨이 트럼프 행정부의 따가운 눈초리를 예상하면서도 생산 이전을 결정하고 나선 것은 유럽 시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지난해 EU에서만 4만대 가까이 팔았다. EU 매출은 할리 데이비슨 전세계 매출의 16.5%, 미국을 제외할 경우 40%를 차지한다.

미국에 이은 2위 시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전선 확대, 심화가 미국에서도 최초로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한 생산이전을 현실로 만들었다.

당초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유탄을 맞은 것 정도로 평가됐던 EU와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EU 자동차에 20%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맹방이었던 유럽도 무역전선에서는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임이 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9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이전만 해도 미국과 갈등 봉합에 무게를 뒀다. 특히 수출에 사활이 달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원만한 타협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어깃장으로 G7 정상회의가 이례적인 파국을 맞으면서 EU 정상들의 생각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FT는 EU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G7 파국 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EU 정상들이 트럼프에 맞설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주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안보를 이유로 한 미국의 유럽산 자동차 관세부과 검토는 “매우 공격적이고, 잘못된 것”이라며 “나아가 이같은 조처가 현실화하면 이는 매우 매우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U는 22일부터 미국산 수입품 33억유로어치에 보복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EU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EU산 자동차에 20% 관세를 매기면 보복에 나설 방침이다.

EU 관리들은 EU집행위원회가 관세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맞대응할 약 100억유로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대상 확정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나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미국의 기술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나아가 조처가 확대될 것을 예고했다.

므누신 장관은 25일 새로운 투자제한 조처는 중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서 이는 “미국이 기술을 훔치려는 모든 나라들”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9일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기술주 투자 규제 방침은 이날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폭락했다. CNBC에 따르면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지난주말보다 328.09포인트(1.3%) 하락한 2만4252.80으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세로 다우지수는 2016년 6월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져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4% 2717.07로 장을 마쳤고, 나스닥지수는 넷플릭스가 6.6% 폭락하는 등 주요 기술주 폭락세 속에 2.1% 급락했다.
할리 데이비슨도 6% 가까이 급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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