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각 CEO들에 내 준 숙제는?

"경제적·사회적가치 극대화 위한 조직·제도 재설계...내년부터 실행" 주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8 확대경영회의에 참석, 글로벌 성장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대한 각 관계사 CEO들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이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숙제를 안겼다.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올 하반기 CEO 세미나 전까지 조직과 제도를 새롭게 설계해 내년부터 실행에 착수하라는 주문이다. 수출 둔화 등 현재의 경영여건이 10년 전 금융위기 당시와 다르지 않다는 위기 의식 속에 '딥 체인지(Deep Change)'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최 회장의 판단이 근저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 "사회적 가치 극대화 위해 조직 재설계"
SK그룹은 26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8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소속된 16개 계열사 CEO들이 TED(Technology·Entertainment·Design) 강연 형식으로 주제와 관련한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프랑스 철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의 이론을 언급하며 "사회와 고객에 친화적인 기업은 단기적인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긍정적인 평판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가 성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따라 변모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각 CEO들에 '혁신'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인도의 보텍스, 스웨덴의 ABB, 일본의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거나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을 분리하는 등 새로운 조직설계를 도입해 '블루오션 시프트'를 이뤄내고 있다"면서 각 관계사는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 및 제도 설계방향에 대해 하반기 CEO세미나 때까지 준비하고, 내년부터 실행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최태원 회장이 언급한 '블루오션 시프트'는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공저한 저서에 소개된 개념이다. 책에는 고객이 원치 않는 모든 서비스를 제거한 5성급 호텔 '시티즌M'이 등장한다. 벨보이, 도어맨을 없애고, 레스토랑은 아웃소싱한데 이어 셀프 체크인 단말기를 도입한 이 호텔은 대신 쾌적한 수면의 질을 높였다. 또, 무선인터넷과 인터넷 전화 등을 무료 제공했다. 이 호텔은 ㎡당 수익성이 최고급 호텔의 두 배에 달하는 뛰어난 실적을 냈다.

■"경영여건, 금융위기와 다르지 않다…'블루오션' 찾자"
이날 회의에 참석한 SK그룹 CEO들은 현재의 경영여건이 "10년 전 금융위기 때와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조대식 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반도체를 제외하면 새로운 성장 돌파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올 1·4분기 SK그룹의 양대 축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모두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SK하이닉스만 영업이익 4조3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 실적을 기록했다. 조 의장은 돌파구를 '미래 유망사업에 대한 글로벌 성장전략'에서 찾자고 말했다.

계열사 CEO들은 '경쟁 없는 시장'을 스스로 창출할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특히 주로 경제적 가치 추진에 중점을 뒀던 기존 조직에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전담조직을 통한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 사회적 가치 추진과정에서 장애요인 규명 및 해결 방안 수립,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 추진 등 각 관계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조직을 재편하기로 했다.

한편, SK그룹은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평가 및 보상에 대해서도 조직 운영 계획에 맞춰 정성적·정량적 평가를 포함, 다양한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