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서초포럼

[여의나루] 무인계산대, 규제가 답은 아니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6 17:22

수정 2018.06.26 17:22

[여의나루] 무인계산대, 규제가 답은 아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동네 대형마트에 무인계산대가 설치되었다. 처음에는 무인 단말기에 제품을 입력하기 쉽지 않았지만, 도와주는 직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익숙해지면서부터는 계산대에 대기 줄이 있으면 으레 무인계산대로 발길을 옮기곤 한다.

최근 급속히 증가한 무인계산대 도입을 유통업체들의 주장대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류로만 보기에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통업체들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노력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계산을 담당하던 4명의 직원은 이제 6대의 기계와 1명의 직원으로 대체되었고, 햄버거 체인에서도 2대의 키오스크 설치 이후 계산담당 직원이 2명에서 1명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올해 7530원의 최저임금은 주휴수당을 더하면 사실상 시간당 9045원 수준으로 작년보다 16.4% 인상되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따르면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니 증가한 가계가처분소득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소비의 증가로 경기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0.5%를 기록하며 통계 집계 이래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알바' 등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청년의 실업률이 고점을 경신하는 현상은 매우 불안하다. 산술적으로만 생각해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1명이 직업을 잃게 되면 결국 6명의 임금 상승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나아가 기업의 해외이전으로 인한 고용 상실은 더욱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기업의 해외투자로 인한 순 고용손실은 43만9000명에 달한다. 특히 올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과 맞물리면서 해외투자가 더욱 가속화될 경우 이로 인한 국내 실업 증가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율경쟁 시장에서 시장참여자들은 언제든 자신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한다. 무인계산대가, 그리고 월평균 임금이 193달러에 불과한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을 고려하는 회사의 의사결정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실업을 막기 위해 무인계산대 설치를 규제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규제를 통해 시장참여자들을 통제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시장지원정책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을 고용하는 것이 최적의 의사결정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미국은 지난 1월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적용했고, 영국과 프랑스도 법인세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한시적으로 자국기업의 '현금 귀국세'를 대폭 낮춘 15.5% 특례세율을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애플은 세금으로 41조8000억원(380억달러)을 납부하고 추가적으로 33조원(300억달러)을 투자해 미국내 2만여개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화답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타국의 좋은 정책을 수용하고 전폭적 지원정책을 통해 기업들에 해외이전 아닌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란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초기 이러한 고용친화적 정책은 재정지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정책을 통해 고용이 창출될 경우 우리는 국민소득증가는 물론, 소비의 승수효과를 통해 재정지출 이상의 경제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소득주도성장은 시장참여자를 옭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