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주 52시간 근무제, 우려보단 기대를

다음주면 주 52시간 근무의 시대가 열린다. 이미 주 52시간에 맞춰 근무패턴을 조절하거나 인원을 충원한 곳도 있지만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인 곳도 아직 남아 있다. 근무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제도이지만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줄어드는 근무시간으로 인한 부담, 노동자들은 줄어드는 급여가 고민이다. 특히 사무직들은 회사가 아닌 집에서 업무를 보는 '퇴근 후 자발적인 야근'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실 우리 사회에 이 같은 고민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주 5일 근무제 도입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이런 우려와 고민을 이미 한차례 겪었다. 사실 주 5일 근무제는 주 52시간 근무제보다 더 강력한 제도다. 근무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주 5일 근무제는 하루 8시간씩 근무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주 40시간을 초과할 경우 대체휴일이나 초과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당시에도 상황은 지금과 비슷했다.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하락 등을 우려하며 경쟁력 악화에 대한 불만을 터트렸고, 노조는 임금이 줄지 않는 주 5일 근무제가 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이나 14년 전이나 고민의 성격은 같은 셈이다.

다만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못했다는 점이 주 52시간 근무제라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64시간보다 305시간 많았다. 우리나라보다 노동시간이 많은 나라는 멕시코(2255시간)가 유일했다. 정규 근로시간은 줄었지만 초과근로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발표마저도 노동계에서 정부가 실제 근로시간보다 줄여서 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주 52시간 근무제는 주 5일 근무제를 보완하는 제도라고 봐야 한다. 단순히 걱정과 우려가 아니라 이를 통해 어떻게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얻게 되는 '저녁 있는 삶'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친다. 매일 야근으로 모이기 힘들던 가족들이 함께하는 저녁 자리가 늘어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의 모임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다. '월화수목금금금'이 아니라 '월화수목금토일'이 되면 가족 외식도 늘어나고, 여가활동이 확대될 것이라는 14년 전 주 5일제 도입 당시의 기대감이 다시 살아났다.


지금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시대가 됐다. 직장을 선택할 때도, 이직을 할 때도 워라밸은 연봉과 맞먹는 핵심 판단기준이 됐다. 강산이 한번 바뀌고도 남는 시간이 흘렀는데 과거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생활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