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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0년만에 물꼬 튼 남북경협, 차분히 가자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6 17:22

수정 2018.06.26 17:22

판문점서 철도 협의 시작.. 제재 완화와 보조 맞춰야
남북경협의 물꼬가 10년 만에 다시 트였다. 26일 남북은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철도협력 분과회의를 개최했다. 동해선·경의선 남북 철도 연결 및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논의를 했다. 남북 간에 철도·도로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은 2008년 1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이날 회의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남북 정상 간 '4·27 판문점 선언'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대면이며,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남북경협 논의가 재개된 것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염원이 실현될지 국민의 관심도 크다. 우리 국민은 금강산을 보고 싶고, 기업들도 2500만명 규모 신시장을 얻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남북경협은 빈곤 탈출의 희망이다. 주민들도 초코파이를 다시 맛보고 싶고, 개성공단에서 일하기를 원할 것이다. 남북경협은 남북 모두에게 윈윈이다.

그러나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조급증을 가지면 안 된다. 마음이 급하다고 실을 바늘허리에 묶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마치 곧 북한 내수시장이 열릴 것처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북한의 비핵화나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성급한 접근을 경계했다. 이날 열린 '남북경협 컨퍼런스'에서 박 회장은 "남북경협 기대감은 크지만, 일부에서 성급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흥분하고 서두르면 실수를 범하는 오류를 그동안 지켜봤다. 박 회장은 "충분한 정보와 판단 없이 경쟁적으로 남북경협에 나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면서 "대북제재 해제 전까지는 차분하고 질서 있는 경협 추진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러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남·북·러 3각 협력사업에 대비해 한·러 양국이 우선할 수 있는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서두르지 않고 진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경협 전문가들도 북한 내 경협여건 마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과세 등 관련제도 정비 및 행정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다.
남북 경제통합 과정을 거쳐야만 리스크도 줄이고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대북제재 완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남북경협을 추진하기 바란다.
10년 만에 다시 시작된 남북 간 경협 논의는 한반도 번영의 시대를 열 물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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