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과거의 북한, 달라진 북한

한 대북전문가는 "수십년간 북한 연구를 하면서 지금처럼 어려웠던 때가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에 나서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죽을 수도 있다고 봤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논리의 한 단초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틀로 현재의 북한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의 분석틀을 바꿔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보니 북·미 정상회담의 그림이 보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2차례 남북 정상회담, 3차례 북·중 정상회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등을 보면 비핵화로 방향을 잡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두 속은 것이 된다. 이들은 북한이 비핵화한다는 전제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북한에 대한 기존 선입견을 바꾸라고 강조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동안 대북전문가 98%는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지점에서 틀렸는지 성찰할 때가 됐다고 했다. 계속 의심만 하면 진실과 점점 멀어지는 자신에게 고민할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북한이 다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 '합의와 파기'로 얼룩졌던 북핵 협상의 역사를 보면 아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과거의 북한으로 볼 것이냐, 변하는 북한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대북접근은 달라진다. 과거의 틀에서 보면 북한의 기만전술에 속아선 안 된다는 시각이 성립된다. 현재의 북한으로 접근하는 경우 시각은 180도 달라진다.

북한의 변화 중 특히 주목할 것은 지난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다. 당시 회의에서 북한은 경제건설과 핵 병진노선을 종료하고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선언했다. 이것은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국가전략 근간의 변화다. 세계 최빈국인 북한이 홀로 경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경제건설 총력 노선의 승리를 위해선 개혁·개방이 뒤따르게 된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비핵화 이후 대북제재 완화 및 경제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은 제재국면 이후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미 북·중 접경지역 교류를 비공식적으로 열어줬다. 북·중 거래가 활발해지자 단둥 부동산 가격은 크게 치솟고 있다.

'과거의 북한이냐, 변하는 북한이냐.' 보는 시각에 따라 대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70년간 '섬 아닌 섬'에서 일궈낸 한강의 기적은 성장정체에 직면했다. 북한의 변화를 잘 잡으면 대륙으로 나가는 길이 빨리 열릴 수도 있다. '위기이자 기회'인 북한을 제대로 읽어야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