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대위의 늪에 빠진 한국당


지방선거 참패 후유증에 시달리는 자유한국당의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 보인다.

당내 의원들은 다음주엔 비대위원장 후보를 5~6배수로 좁히겠다며 비대위원장 인선에 진을 빼고 있다.

비대위원장에 누가 올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외부인사가 올 여건이 마련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많은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으나 이들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굳이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을 이유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안정적인 차기당권 주자를 위한 하나의 정거장에 불과한 비대위원장에 어느 누가 선뜻 나서겠나.

김무성계와 친박근혜계 간 치열한 계파싸움으로 점철된 당내 상황을 타개할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모셔오긴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새로 올 비대위원장에게 무소불위 권한을 준다 해도 길어야 넉달짜리 비대위원장 자리에 도박을 걸 사람이 있을까.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인물난을 겪었던 상황과 지금은 별반 다르지 않다. 원내 제1야당이라 한들 지지율 낮은 정당의 광역단체장 후보로 한달 정도 활동하려고 자신의 경력을 버리고 올 사람은 없었다.

탄핵정국에 나섰던 인명진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저는 제가 만들고 참여했던 경실련에서 제명 당했고, 살아온 모든 명예를 버렸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인 전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 끝나고 돌아가면 아무도 받아줄 것 같지도 않다"며 "옛날부터 가깝게 지냈던 분들은 저를 벌레 보듯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랬던 인 전 비대위원장마저 결국 친박계 등에 대한 인적쇄신에 실패하면서 상처만 안고 떠났다.

김성태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하루에도 수차례 주요 인사들과 통화하면서 비대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인사는 이리저리 판을 보면서 몸값 높일 타이밍만 찾고, 한 인사는 자신의 경력이 퇴색될까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제대로 된 당근도 없이 난파선의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설 인사는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당내 일각에선 이번에 비대위를 구성해도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른 비대위가 구성될 수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신뢰를 주지 못하는 비대위에 매달리는 한국당이 헤쳐나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