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측이 첫 공판기일에서 "이성간 성관계 등은 성폭력이 될 수 없다"며 위력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서울 서부지법은 2일 오전 형사합의 11부 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안 전 지사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첫 재판에는 안 전 지사와 비서 김지은씨 모두 참석했다. 김씨는 법원 내 별도로 마련된 통로를 통해 법정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는 안 전 지사가 성관계를 갖고자 김씨에게 위력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공소사실 낭독을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안 전 지사는 김씨에게 심부름 등 업무를 시킨 뒤 이를 이행하려는 피해자에게 위력을 이용해 간음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김씨가 수행비서 업무를 시작한 지 26일 만에 러시아 출장지에서 김씨에게 '맥주를 가져오라'고 지시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며 "김씨도 '안 전 지사와 이성적 호감이 생길 계기가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전 지사 측은 "형법에서 말하는 위력은 추상적이다. 위력이 있으려면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물리적 행사가 있어야 한다"며 위력 자체를 부인했다. 이어 "김씨는 혼인 경험이 있고 결단력이 뛰어난 여성"이라며 "이 여성의 자유의사를 제약할 수 있는 위력이 무엇이고 어떻게 수차례 행사될 수 있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말부터 8개월에 걸쳐 러시아·스위스·서울 등지에서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안 전 지사에 적용한 혐의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업무상 추행), 강제추행 등 세 가지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6일 오전 10시에 비공개로 열리며, 피해자 김씨가 직접 나와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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