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실가스 정책, 오버페이스 말아야

올 초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 대회를 준비할 때 가장 많이 접했던 조언이 있다. '완주하려면 절대 오버페이스를 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빠르게 속도를 내야 좋은 기록으로 골인할 수 있다는 착각에 누구나 빠지기 쉽다. 그러나 마라톤 대회에선 무리하지 말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달려야 완주가 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 수정안은 기업들에 마라톤 대회에서 오버페이스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가 발표한 장기계획에서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량을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해외 감축 비중을 낮추는 대신 국내 감축 목표량을 높였다. 국내에서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 양은 2030년 기준으로 연간 2억1880만t에서 2억9860만t으로 7980만t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연간 4220만t을 종전 계획보다 더 줄여야 한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시세로 계산하면 연간 1조원이 넘는 비용을 산업계가 추가 부담하는 셈이다.

국가 차원에서 오는 2030년까지 3억t 이상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계획은 마라톤과 같다. 감축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배출량에서 37%에 해당되는 온실가스를 10년 이상의 장기간 동안 줄여야 한다.

각 부문에 감축 할당량이 떨어졌다. 기업들은 정부의 기존 감축계획에 대해서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거듭 표시했다. 할당량 배분이나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방안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로드맵 수정안은 기업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산업계에 부담을 더 안겼다. 수정된 로드맵에서 산업부문의 감축 비율은 기존 11.7%에서 20.5%로 늘어났다. 달리기에 적용하면 계획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뛰라고 주문한 것이다.


뛰고 있는 마라톤 선수에게 대회 도중에 계획했던 속도보다 두 배 빠르게 뛰라고 한다면 완주할 수 있는 선수는 과연 몇이나 될까.

산업계가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강요보다는 기업들이 완주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완주를 위한 첫 번째 비결은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는 것이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